건설사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조정(종합)

한신정평가, 15개 건설사 등급조정
건설사 자금난 심화될 듯
  • 등록 2008-12-08 오후 5:08:26

    수정 2008-12-08 오후 7:26:18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한국기업평가에 이어 한신정평가도 건설사 신용등급을 대거 하향조정했다.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조정에 따라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금융회사가 건설사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거나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기존에 빌린 돈을 당장 갚으라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한신정평가는 8일 대림산업, GS건설 등 15개 건설사의 장단기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Outlook)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삼호(001880), 금광기업, 동일토건, 동일하이빌, 중앙건설(015110) 등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모두 등급이 한단계씩 떨어졌고 롯데건설, 현대산업(012630)개발, 풍림산업(001310), 벽산건설(002530), 극동건설, 우림건설은 CP 등급이 하향조정됐다.

SK(003600)건설은 등급전망이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조정됐다.

한신정평가는 "주택 분양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경색, 국내 경기 침체 전망 등으로 인해 건설업 전반에 걸쳐 사업과 재무 위험이 확대됐다"며 "해당 건설회사들의 원리금 지급 확실성이 저하될 것으로 판단돼 등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약 16만호로 지난해말에 비해 5만호 가량 급증했다. 하반기 들어 재건축 규제완화와 LTV 조정 등 규제완화대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집값하락이 계속돼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계속됐다.

특히 부동산PF 등 우발채무 부담이 컸다. 지난 6월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PF 규모는 97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상당부분이 아직 사업도 시작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한 대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는 건설사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36개 상장건설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155.5%에서 지난 9월말 180.4%로 상승했고, 자기자본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40.9%에서 69.8%로 높아졌다. 당장 빚상환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총차입금의 1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등급조정에 따라 일부 건설사들은 신규차입의 어려움뿐 아니라 기존 차입금에 대한 조기상환위험 등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가 채무인수나 지급보증 등을 제공해 발행한 자산유동화사채(ABS)나 자산유동화어음(ABCP) 등에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붙는다.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차입금을 조기상환하거나 ABCP 등의 차환발행시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매입약정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한신정평가는 15개 건설사의 장단기 등급조정에 이어 이들 건설사가 지급보증하거나 채무인수 등을 제공한 ABS와 ABCP 등급도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앞서 한기평은 지난 5일 25개 건설사에 대한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조정과 함께 ABS와 ABCP 등의 등급을 하향조정했다.

한신정평가 관계자는 "현재 조정작업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대림산업·GS건설 등 신용등급 하락(상보)
☞건설업체 주택사업 포기 줄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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