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후보는 우선 민주당 대선 후보, 장외 리거인 문국현 후보와 범 여권 후보단일화 협상이라는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당내 불법선거 시비를 극복하고 친노(親 노무현) 진영과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후보를 총선 때까지 함께 이고 가는 과정도 험난한 길이다.
◇ 내우외환(內憂外患)
15일 통합신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정 후보를 둘러싼 당 안팎의 환경은 '내우외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후보 단일화 협상이 정 후보를 기다리고 있다. 정 후보는 경선 당시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즉시 민주당 대선 후보, 문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이인제 후보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문국현 후보도 14일 '창조한국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어 자력으로 대선에 나갈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단일화 '데드라인'을 대통령 선거 한달 전인 11월19일까지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1대1 경쟁할 수 있는 시간이 최소 한달은 있어야 한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문 후보는 후보 단일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신당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통합신당과 몸을 섞을 경우 지난 한달간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불법 부정 선거 이미지가 자신에게까지 덧씌워질 수 있다는 고민 때문이다.
문 후보는 지난 12일 정책간담회에서 "(통합신당이) 국민의 민심을 제대로 읽느냐를 10월말까지 알게 될 것"이라며 "11월 초에 가서 (후보단일화 문제를) 얘기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통합신당 내 변화의 조짐이 없을 경우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에 대해서는 당 내 '반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득표율을 높이는데 '득'될게 없다는 논리다.
양당간 단일화 협상에 '덩치의 차이'라는 근본적인 장애물도 있다. 원내 최대 의석을 가진 통합신당(142석)과 미니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9석)간 대등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협상이 당내 지분 경쟁 양상으로 진행될 경우, 대선 이후 당권을 노리는 친노 진영과 손학규 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 내년 총선까지 '가시밭길'
정 후보가 당 내 세력을 아우르는 길은 더 큰 '가시밭길'이다.
일단 이해찬 손학규 두 호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은 낮다. "경선 후 법률 소송은 없다"(이해찬), "승리한 후보의 운전대라도 잡겠다"(손학규)며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레이스에서 보여준 정동영 후보의 불법선거 의혹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손 후보측 관계자는 "경선 이후에라도 선거 부정의 배후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현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유시민 의원도 "88올림픽 당시 1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딴 벤 존슨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1등을 놓쳤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비치고 있다.
현재 지지율로는 정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맞서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 정 후보의 지지율은 이 후보 지지율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 후보에겐 '호남 출신'으로 대선에서 전국적인 지지 기반을 얻기 힘들다는 '정치 공학적' 약점도 있다.
정 후보가 단시일 내 이명박 후보 지지율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통합신당 내 핵분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눈 앞의 이익에 민감한 정치권이 당장은 정 후보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총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통합신당 내에서 김영춘, 김선미 의원이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탈당했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도 문국현 후보로 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후보가 경선 이후 당을 추스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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