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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단언컨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제로(0)다. 다만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부채 문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지난 1977년 설립된 중국 국무부 직속 최대 씽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허판(何帆·43) 부소장은 2015년 새해를 맞아 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추세대로라면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작년보다 낮아지겠지만, 경착륙 가능성은 단 1%도 없으며 7%대 성장률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과 부동산 관련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기에서 중저속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맹목적인 투자에 따른 부동산산업 위축과 그로 인해 대규모 악성 부채,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따른 생산과잉, 환경 오염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중국 경제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어려움을 겪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 두 나라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며 양국 인력과 기술 등 경제분야에서의 교류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올해 중국 경제를 전망해달라.
△현재 경제성장 추세를 본다면, 올해 경제 성장 목표는 작년보다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수출이 둔화되고 있고, 부동산 관련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중공업 관련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7%대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며 경착륙이 나타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고속 성장기에서 중저속 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안정성이 커진다는 장점도 있다. 중산층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 잠재력은 여전히 큰 편이다. 또 정부가 인프라 관련 투자를 늘리고, 전통산업 기술 수준 향상과 환경 보호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 경기 부양을 이끌 것으로 본다.
-지금 중국 경제의 장애물과 성장동력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정부 주도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도 2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부동산값이 오르면서, 이런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맹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산업이 쇠락을 자초한 것이다. 부동산 산업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또 부동산 산업의 흐름은 지방정부 부채 비율로 직결되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많이 꼈던 시기에 생겨난 대규모 악성 부채들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방 부채는 통제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규모가 워낙 크고, 악성부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다만, 부동산 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인터넷과 첨단장비 제조업, 환경 산업 등 신흥 산업이 부동산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중국은 아직 소비국가로 일컫기엔 부족한 면이 많아, 아직 제조업 위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소비란 서비스 산업을 포함해야 하는데, 중국인들의 서비스 산업에 대한 소비는 아직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의료 서비스나 교육 혜택을 모두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서비스 관련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정부가 질적인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어 점점 관련 시장이 커질 것이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향을 잘 파악해 투자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비 방식이 변하면서 전자상거래업종이 뜨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아시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어떤 것이며 당면한 숙제는 무엇인가.
-한국과 중국 경제의 관계도 긴밀해졌는데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일체화 현상이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방면에서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라는 말이 나온 초기만 해도 한국은 4개국 중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30여 년의 발전을 거쳐 한국은 대만과 홍콩을 넘어섰다. 한국은 이제 중국과의 관계를 두텁게 하며 경제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경제는 한국의 경험을 학습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국 진출에서 한국 기업에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보다 더 잘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예를 들어 세계 금융 위기 이후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빚지고 야반도주해 중국 경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례들도 있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현재 세대교체 중이고, 한국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만약 과거와 같이 값싼 노동력을 기대하고, 가공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로만 중국을 공략한다면, 중국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잘 이해해야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인력과 기술 등 경제 분야에서 교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는데.
△중국에 있어 한국은 주요 무역상대 중 하나라는 점에서, 한·중 FTA는 양국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좀 더 큰 그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FTA도 중요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모두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 체제의 발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경제는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 안 할 수가 없다
△한·중·일 관계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본다. 세 나라의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 과거 100년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갈등의 골이 깊어 보이지만, 더욱더 먼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재조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웃 국가끼리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 국가 국민의 정서를 훼손하는 짓을 경계하고, 상호 이해의 증진과 교류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