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국면' 빠진 日경제…2개 분기 연속 역성장

4분기 실질 GDP 연율 0.4%↓
명목 GDP도 독일에 뒤져…연간 실질성장률선 韓日 역전
"경기회복 둔화,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에 찬물"
  • 등록 2024-02-15 오전 10:23:23

    수정 2024-02-15 오후 7:26:45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뒷걸음질 쳤다. 시장에선 반등을 기대했지만 고물가로 민간 소비가 위축하면서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는 것)에 빠졌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두고 일본은행(BOJ)의 고심이 더 깊어졌다.

(사진= AFP)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시장에선 4분기 일본 경제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빗나간 예측이 됐다. 지난해 3분기(-0.7%)에 이어 4분기 GDP도 뒷걸음질치면서 일본 경제는 기술적 침체 상태에 진입했다. 연율로 환산한 경제 성장률도 마이너스(-) 0.4%로 시장 전망(1.4%)을 크게 하회했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전년보다 5.7%늘어난 4조 2106억달러로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4위로 집계됐다. 일본과 독일의 명목 GDP 순위가 역전된 것은 1968년 이후 55년 만이다. 인플레이션을 배제한 일본의 지난해 실질 GDP는 1년 전보다 1.9% 늘었다. 이는 한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1.4%)를 앞서는 것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일본보다 뒤진 건 외환위기 때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고물가에 소비 위축…올 1분기도 불안

일본 경제가 시장 기대를 깨고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0.2%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해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고물가 영향으로 식료품 소비가 많이 감소했고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에 의류 판매도 줄었다. 설비 투자 역시 인력난 등 영향으로 0.1% 감소했다. 그나마 엔저 덕에 수출이 2.6% 증가, GDP 감소 폭을 줄였다.

올 1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노토반도 지진과, 토요타의 품질 조작 사태에 따른 생산 중단 여파 탓이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3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닛케이에 말했다.

BOJ 통화정책 정상화 늦어지나

이 같은 흐름은 BOJ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회복 페이스가 둔화하면서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를 전망한 시장 관측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섣불리 긴축적 통화정책을 펴기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강민주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전날 보고서에서 “소매 판매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낮출 것이며 가계의 신중한 소비는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고 썼다. 애초 시장에서 BOJ가 춘계임금협상(춘투)가 마무리되는 4월께 마이너스 금리 종료 등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봤다.

4분기 GDP가 발표된 이후 시장에선 BOJ가 3분기 이후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미룰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날 오전 9시 현재 0.730%로 전날보다 2bp(1bp=0.01%p) 하락한 것도 BOJ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도쿄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오전 10시 4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0.73% 오른 3만 7978.76엔을 기록 중인데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란 기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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