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선거’ vs ‘정권 초기 심판론’
새누리당이 지난 26일 공천심사위원회를 열고 후보자를 결정하면서, 4·24재보선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됐다. ‘공격권’을 쥔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정부 초기 심판론’을 내세우며 소속의원을 모두 지역에 내려보내는 등 중앙당 차원의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다. 반면 ‘방어자’인 새누리당은 중앙당 차원의 전력투구보다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워 최대한 조용한 선거를 치룬다는 방침이다.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선거판이 커질 경우 부담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에서 최대 관심지역은 역시 서울 노원병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급 중량감을 가진데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전격 결정하면서 범야권의 결집력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다.새누리당은 고심끝에 지난해 총선에서 40% 가까이 득표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양쪽 모두 ‘쉬운 선거가 아니다’는 전망이 나오고,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오차범위내 접전 양상이다.
새누리당이 김무성 전 의원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였던 부산 영도도 격전지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민주통합당이 전략 공천한 김비오 지역위원장은 이름값에서는 김 전 의원에 열세이지만, ‘대선주자’ 문재인 의원이 직접 지원에 나서 새정부와 대결구도로 판을 키운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역대 재보선 어땠나…후폭풍 만만치 않아
역대 재보선에서도 경우에 따라 여·야 정치지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참여정부때 재보선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것도 1998년 대구 달성 재보선 승리를 통해서였다.
이처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는 재보선의 위력은 정권 초기에 더 발휘되기도 한다. 집권 초반부의 불안한 정치 환경을 아예 폭발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참여정부 출범 후 첫 선거였던 2003년 4월 재보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도권의 승부처였던 고양 덕양갑(甲)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유시민 개혁당 후보가 승리했다. 지금의 안철수 후보처럼 정치개혁을 주장했던 유시민 후보의 당선은 이후 집권여당이 열린우리당 창당과 민주당 분당으로 이어지는 정계개편을 촉발했다.
현재 민주당내 계파갈등을 볼 때 이번 재보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야권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민주당은 10년전처럼 이번에도 수도권 승부처인 노원병(炳)에 ‘무공천’을 결정했다.
재보선은 국회를 떠나야 했던 거물 정치인들의 복귀무대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6인회’의 멤버였던 박희태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2009년 10월 경남 양산 재보선 승리를 통해 국회로 복귀, 이후 국회의장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의 주요 공신으로 평가받는 김무성 전 의원도 부산 영도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여의도 복귀를 노린다. 충남 부여·청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도 당선시 충청권 맹주로 발돋움한다는 점에서 ‘거물의 귀환’이라는 평가를 들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