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밀 등 곡물 파종이 중단돼 식량 위기로 번질지 모른다는 관측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나는 곡물은 전 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일 차지한다.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밀 재배 지역. (사진=AFP) |
|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밀 선물 가격은 이날 14% 상승해 톤당 424유로(약 56만원)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해선 약 40% 상승한 것이다. 시킹알파에 따르면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자산운용사인 테우크리움의 밀 ETF는 올 초 대비 이날까지 46.55% 상승했다. 이 회사의 옥수수와 대두 ETF도 같은 기간 21.36%, 18.68% 각각 상승했다. 해당 ETF들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상장돼 있는 각 곡물의 선물을 추종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탓에 밀 등 곡물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우려가 퍼지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FT는 매년 이맘때 우크라이나 중부 농장에선 밀과 보리, 옥수수 등을 심느라 바빴지만, 농부들이 파종을 중단한데다 곡물을 수출하는 통로인 흑해 항구도 사실상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매트 암머만 상품 중개업체 스톤엑스 직원은 “많은 주요 밀 구매자들이 흑해 항구 수출을 기다리고 있다”며 “앞으론 수요 패닉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국농무부(USDA)도 보고서를 통해 “세계 밀 재고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세계 곡창 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이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더 중요하게 됐다”라며 “곡물 시장은 적어도 앞으로 몇 달간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라고 전했다.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자국의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가뜩이나 모자란 곡물 공급이 더욱 줄어들게 되는 요인이다. 헝가리는 곡물 수출 금지를 발표했고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도 곡물 수출을 지연시키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