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냉장고·도시락 '불티'..불황형 소비가 뜬다

팍팍한 지갑 탓에 못난이 과일·도시락 불티
웬만하면 집에서 해결..대형냉장고 등 반사익
  • 등록 2013-04-17 오후 2:39:41

    수정 2013-04-17 오후 2:57:06

[이데일리 이학선 장영은 기자] 서울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미정(28) 씨는 일주일에 서너번 꼴로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김 씨는 “식당 앞에 길게 줄서기도 번거롭고 한끼에 7000원이나 하는 밥값도 부담스러워 작년부터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이 소비패턴을 바꾸고 있다.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이들이 늘고 마트에선 흠집이 있어 가격이 저렴한 ‘못난이 과일’이 인기다.

이마트가 일반 당근보다 크기가 작은 당근을 모아 30% 저렴하게 기획한 ‘주스용 당근’ 매출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전년대비 매출신장률이 지난해 3월 12%에서 올해 3월에는 111%로 뛰었다. 사진은 이마트 용산점.(제공=이마트)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들은 흠집 난 사과나 굴비 등 이른바 ‘못난이’ 상품을 팔아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139480)가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24개 점포에서 판매한 못난이 사과는 일반 사과 매출을 2배 앞질렀다. 지난해 행사에 비하면 매출이 2.8배 늘어난 것으로 준비한 5만봉지가 완판됐다.

불황기 알뜰고객들이 몰리자 이마트는 18일부터 토마토·감귤·사과·배 등 버려질 뻔했던 못난이 과일을 따로 모아 주스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가격은 일반 과일에 비해 30~50% 저렴하게 책정했다.

롯데마트도 어획이나 건조작업 중 상처가 나 상품성이 떨어진 굴비와 오징어를 팔아 짭짤한 성과를 냈다. 지난달 실시한 ‘못난이 건어물’ 행사에서 굴비는 평소 행사 때보다 4배 가량 많은 4만5000두름이 판매됐고 건오징어도 준비한 물량 20톤이 모두 팔렸다. 여운철 롯데마트 건해산물 상품기획자는 “상처는 있지만 맛에는 차이가 없는 건어물을 모아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췄더니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끼 식사를 도시락으로 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도시락 시장도 급속히 커졌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들은 2조원대로 추정되는 도시락 시장을 겨냥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CU에 따르면 올해 1~3월 도시락 매출은 전년대비 52.2% 증가했다. 3000~4000원 정도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이나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편의점들은 연간 1억개에 달하는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용량 냉장고가 많이 팔리는 것도 불황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외식을 피하고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많은 음식을 담아둘 수 있는 대형냉장고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800리터 이상의 대형냉장고 매출은 20.1% 증가한 반면 중형냉장고(500~800리터)는 20.9% 감소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전체 냉장고 판매량에서 대형냉장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68.6%에 달했다.

불황기 알뜰소비는 장기불황에 신음하던 일본에서도 이미 확인된 현상이다. 일본도 금융위기 후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던 지난 2009년 대형냉장고 출하대수가 10% 가까이 늘었다. 우리로 치면 못난이 과일인 ‘규격외 채소’가 주요 히트상품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다.

대형 냉장고뿐 아니라 고가의 헤어케어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도 불황 여파로 해석할 수 있다. 트리트먼트·에센스, ·앰플 등으로 구성된 애경의 ‘케라시스 살롱케어’는 지난달 전월대비 23%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미용실에 가는 대신 집에서 ‘셀프케어’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의 장기화로 소비자들도 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며 “위기 이전의 소비패턴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 당분간 지금과 같은 불황형 소비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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