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내로라하는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비슷했다.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한 기존 주도주들의 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리라는 것이었다. IT와 자동차주 외에 은행과 보험, 조선, 화학 등도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사뭇 달랐다. IT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선전했지만 자동차와 은행, 조선 등은 주도주라고 하기엔 영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증시 전반을 덮친 테마주 광풍에 유가증권시장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15일 이데일리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지난 6월30일부터 10월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들의 주가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들어 테마주들의 초강세가 두드러졌다.
전 세계에 ‘강남스타일’ 돌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 싸이의 영향력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대단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승률 1, 2위를 차지한 종목은 모두 싸이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이었다.
싸이 테마주와 함께 시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것은 정치 테마주였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 후보들의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은 그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폭등했다. 그룹 대표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고교동문이라는 소식에 동성화학(005190)이 80% 넘게 상승한 것을 비롯해 안철수 테마주로 지목된 모나미(005360),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 정책 관련주에 포함된 윌비스(008600)도 50% 이상 크게 올랐다.
이에 반해 증권가에서 하반기 주도주로 꼽혔던 종목들의 주가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특히, 자동차주의 부진은 눈에 띌 정도였다. 자동차주의 형님격인 현대차(005380)가 1.7% 뒷걸음질쳤으며, 기아차(000270)도 8.7% 밀렸다. 쌍용차(003620)는 고작 3% 오르는데 그쳤다. 차 업계에 불어닥친 파업 사태로 생산량이 줄고 판매대수가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 자체가 방향성 없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중소형주 중심의 개별종목 장세가 이어졌다”며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지금의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내년 1분기 증시에 대규모 조정이 나타나면 오히려 중소형주가 더 크게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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