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동양그룹 내부에 이혜경(
사진) 부회장의 사조직이 있었고, 이 사조직이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재현 회장 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대두 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가 터진 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챙기기 중심에도 이 부회장의 비선 라인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10일 동양그룹 등에 따르면 2008년
동양(001520)그룹이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면서 이혜경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하게 된다. 이 부회장의 직함은 최고디자인경영자(CDO. Chief Design Officer)로 그룹 내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그룹 주요 경영사항 전반에 참여하게 된다.
이 부회장 중심의 비선 조직이 생겨난 것도 이때 부터다. 이후 동양그룹 실세 논란에 휩싸인 김철
동양네트웍스(030790) 대표가 영입되고 김 대표의 측근들이 그룹에 포진하게 된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때부터 현재현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총수로서 3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어 왔지만, 창업주의 장녀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됐다는 것.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창업주 일가의 불신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그룹의 모태 동양시멘트 지분이 외부에 매각되는 등 그룹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창업주 부인인 이남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대노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이 이양구 회장 기일에 선영을 참배하러 삼척에 내려갔으나 이 이사장이 문전박대해 서둘러 서울로 귀경한 일이 있다”며 “장모의 신임을 잃은데다 아내가 경영에 나서자 현 회장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 방식이 회사 공식 조직이 아니라 비선 라인을 통해 참여했다는 데 있다. 현 회장 중심의 공조직이 결정한 일을 이 부회장의 비선 라인이 뒤집는 일이 자주 생기면서 그룹내 의사결정 구조가 단일화 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 것.
특히 이 부회장의 비선라인이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양매직 매각 불발,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 법정관리 결정 등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주요 결정에 이 부회장 비선라인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히 드러나고 있다”며 “현 사태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현 회장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부회장과 그 사조직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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