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 공유방의 시초인 ‘n번방’을 ‘갓갓’에게 물려받은 운영자 ‘켈리’ 신모(32) 씨가 재판 진행 중 돌연 항소를 취하해 징역 1년 형이 확정됐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검거 이후 형량이 더 늘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 n번방 운영자 켈리, 징역 1년 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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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 개를 저장한 뒤 이 중 2590여 개를 n번방에서 판매해 2500만 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신씨는 판결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기소 당시 신씨와 n번방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었고, 범행 전부를 자백한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조주빈이 붙잡히자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앞서 검거된 신씨에 대해 ‘1심 형이 너무 낮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자 검찰은 2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보강 수사를 통해 공소장 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이튿날 신씨는 항소심을 돌연 포기했고,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 씨가 항소를 취하하면 바로 재판이 종결된다.
신씨는 재판 도중 조주빈이 검거되면서 검찰이 n번방 관련 수사를 키우며 항소심 재판에서 추가 기소를 예고하자 급히 항소심 재판을 끝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신씨에 대해 추가 기소를 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초 제대로 항소하지 않아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어남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 회의를 열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새 양형 기준을 조만간 내놓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 따르면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기존 판례보다 높은 처벌을 내리는 데서 나아가 유사 범죄에서 권고되는 형량보다 무거운 양형을 선택할 것으로 권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