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23일(현지시간) 열리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로 인해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ECB 정책위원인 이그나지오 비스코는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중앙은행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ECB는 긴급 유동성 공급이나 차환 대출 등을 통해 신속하게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장 혼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 후보가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함께 다음 달 7일 결선투표에 진출한 뒤 패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대선을 사흘 앞두고 발생한 파리 총격 테러 때문에 반(反)이민 정책을 강조하는 르펜에 대한 표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프렉시트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르펜이 당선되면 금융시장은 지난 해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프랑스 국채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ECB가 지원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 프랑스 중앙은행이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은행들에 돈을 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프랑스 대선은 여론조사 결과 1위부터 4위까지는 후보들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데다, 테러까지 발생해 그 결과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 달 말에 조사한 바로는 프랑스 유권자의 72%가량이 프랑스의 유로존 잔류를 선호했으나, 최근 여러 조사에선 절반 이상이 프랑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한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0년 프랑스 대선 역사상 가장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