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기업 늘어나는데 구조조정은 '뒷걸음질'

작년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규모 28.5조원
  • 등록 2016-03-01 오후 7:50:12

    수정 2016-03-01 오후 7:50:12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조선, 건설업 등의 부진으로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가 크게 늘었다. 그렇지만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오히려 줄어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는 2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부실 채권 비율은 1.71%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기업여신 부실이 26조4000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대부분(92.6%)을 차지했다. 가계여신과 신용카드채권 부실 규모는 각각 1조9000억원과 1000억원 수준이었다.

신규 발생 부실채권은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과 가계 부실채권은 감소했지만, 대기업 부실채권이 급증한 탓이 크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7조1000억원에서 12조8000억원으로 80.3% 늘었다. 대기업 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은 2014년 말 2.28%에서 지난해 말 3.45%로 1.17%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과 가계 부실채권 비율 하락에도 대기업 부실채권 비율이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같은 기간 1.55%에서 1.71%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부실채권이 많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1.59%), 일본(1.53%) 등 주요 국가 부실채권 비율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부실채권은 늘어나고 있지만, 담보처분이나 매각, 대손상각 등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부실채권 정리 규모는 2014년 2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2조3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 감소했다. 매각 방식 부실채권 정리가 같은 기간 5조원에서 5조3000억원 규모로 소폭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대손상각과 담보 처분, 여신 정상화, 출자전환 모두 줄어든 탓이다.

부문별 부실 채권 비율은 대기업 여신이 1년 전 대비 1.17%포인트 상승한 3.4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여신은 1.63%로 0.3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 여신은 0.14%포인트 하락한 0.35%, 신용카드 채권은 0.03%포인트 오른 1.14%로 집계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이 다소 높은 수준이며, 특히 조선업(12.92%)과 건설업(4.35%) 등 취약업종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다”며 “조선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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