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디서 본듯 한데"…소셜게임 열풍에 저작권 분쟁 불붙나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오리지널’을 확인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다. ‘원조’와 ‘아류’, ‘진품’과 ‘짝퉁’이 구분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 게임이 진원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과 ‘라인’을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 열풍이 불면서 게임 표절 논란이 차츰 고개를 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돼 다운로드수 200만건 이상을 기록한 넥슨의 ‘퍼즐주주’는 게임 개발사 엔필이 만든 ‘버즐’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즐은 NHN(035420) 라인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으로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기도 했다. 넥슨의 퍼즐주주는 손으로 동물 블록을 드래그한 뒤 3개의 블록을 서로 옆에 붙여 사라지게 하는 방식으로 버즐과 흡사하다.

앞서 국민게임으로 떠올랐던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또한 기존에 출시된 ‘비주얼드 블리츠’와 ‘다이아몬드 대쉬’ 등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업계는 앞으로도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표절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게임과 달리 게임 방식이 단순해 인기를 끌면 유사한 게임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인기 유사 게임을 만드는 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저작권, 표절 등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논란이 된 퍼즐주주나 버즐, 애니팡과 비주얼드 블리츠 등 퍼즐게임의 경우에도 딱히 특별한 저작권이나 특허가 없다. ‘매치 쓰리’(Match 3·똑같은 그림을 3개 이상 붙이면 사라지는 방식)라고 불리며 아예 게임의 한 장르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은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 표절을 둘러싼 소송이나 콘텐츠 분쟁조정이 진행된 적이 없지만, 앞으로 매치 쓰리 방식 등을 적용한 유사 게임들이 쏟아지게 되면 표절 논란 속에 국내외 저작권 소송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도 저작권 관련 소송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 업체인 그리가 유명 모바일 게임사인 디엔에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가 해외 게임과 유사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일 경우 국제 소송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 유사한 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모바일게임 저작권에 대한 논의나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엔필의 ‘버즐’ 게임(왼쪽)과 넥슨의 ‘퍼즐주주’ 게임. 블록을 손으로 이동해 3개 이상을 만들어 없애는 방식이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