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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러시아의 핵·생화학 방어군을 지휘해 온 이고르 키릴로프(54) 중장이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키릴로프 중장이 아파트에서 보좌관과 함께 걸어나오는 도중 대로변에 서 있던 스쿠터가 폭발했고, 두 사람 모두 사고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자신들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SUB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특수작전을 시행한 것”이라며 AP통신에 관련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제공했다. 영상에는 폭발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직전에 두 남자가 건물을 나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키릴로프 중장과 그의 보좌관이라는 게 SUB 측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5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쓰였던 독가스인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이후 영국과 캐나다 등 많은 국가가 키릴로프 중장을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제재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CCTV 영상을 수집하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와 현지보도에 따르면 스쿠터에 탑재된 TNT 300g의 폭발 장치가 원격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 크렘린궁에서 약 7㎞ 떨어진 지역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YT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명백히 암살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은 전쟁 발발 이후 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모스크바)에서 러시아군 고위 장교가 사망한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기록됐다”고 짚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인 매튜 밀러는 “미국은 사전에 그것을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기 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긴박함과 절실함이 반영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AP통신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