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면세·호텔 '최악의 위기'

  • 등록 2017-03-03 오전 9:42:37

    수정 2017-03-03 오전 9:42:37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면세점과 호텔을 비롯한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인 매출이 많게는 60~70%에 달하는 면세점 업계의 매출 감소 타격이 클 전망이다. 비상 시국에 중국과 관계를 풀어줄 외교마저 기대하기 어려워 업계 사상 최대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3일 면세점과 호텔 업계는 중국 법인과 사무소 등을 통해 현지 상황 파악에 돌입했다. 중국 정부가 2일 베이징의 주요 여행사에 한국여행상품을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여행사에 한국 관광객 모집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개별 관광객들까지 여행사를 통해서는 한국행 항공권이나 숙박을 예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입국 여행자 1720만명 가운데 중국인은 804만명으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가 본격화되고 장기화될 경우 국내 관광산업은 물론 유통업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먼저 면세점 업계는 자칫 최대 6조원 규모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시장규모는 12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약 6조원의 매출이 증발해버리는 셈인 것.

그나마 기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외에도 내국인 관광객, 중국인을 제외한 관광객 유치 등에서 노하우를 쌓아왔기 때문에 상황이 낫다.

문제는 아직 연 단위 흑자를 내지 못한 신규면세점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직격타를 맞으며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위기다.

면세점 업계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대로 대책 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행사를 통하지않고 개별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한국을 방문하는 싼커(개별 관광객)를 공략하거나, 중국 내 파워 블로거인 ‘왕홍’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 대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호텔 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지 않은 특급 호텔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서울 명동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들어선 비즈니스 호텔들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이미 명동 주변 비즈니스 호텔들은 최대 성수기로 손꼽히는 중국의 명절 ‘춘제’에도 예약이 20%가량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체 관광객(유커)이 줄어들며 중국인 투숙객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호텔들은 화장품이나 레스토랑 등과 협업한 패키지 등을 만들어 내국인 소비자를 유치하거나 중국인을 대신할 무슬림·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 등의 위기 타개법을 고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시대로라면 한국 여행이 금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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