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동물권 보호를 위해 도계장 앞에서 시위를 벌인 활동가들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시민운동가나 활동가들의 시위 행위가 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수단의 상당성과 법익 균형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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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동물권리보호 활동가 단체 DxE(Direct Action Everywhere) 소속 A씨 등 3명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피고인들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피고인들은 2019년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경기도 용인 소재 한 도계장 앞에서 약 5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도계장 정문 앞 도로에 드러누워 “닭은 죽이면 안 된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생닭을 실은 트럭 5대의 진입을 막았다.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동물 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졌지만, 수단의 상당성과 법익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생각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업무방해죄의 성립과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지난 5월 기후활동가의 재물손괴 사건에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지만 해당 사건은 재물손괴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으로, 이번 정당행위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