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그는 G7 정상들이 내후년까지 백신 10억회분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사진=AF) |
|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G7 정상들이 2023년까지 코로나19 백신 10억회분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까지 화이자 백신 총 5억회분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G7 국가들도 기부 움직임에 동참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은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G7의 기부 결정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국제 배분 계획 등을 통해 최소 10억회분을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할 것”이라고 했다.
존슨 총리의 발표는 G7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조건도 없이 화이자 백신 5억회분을 저소득 국가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뒤 존슨 총리도 이같이 발표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2021년 말까지 2억회분, 2022년 상반기까지 3억회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기부한 백신은 저소득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 92곳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와 나누겠다고 밝혔다(사진=AFP) |
|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서 미국의 위상과 책임을 부각하자 나머지 G7 회원국도 백신 기부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영국은 오는 9월까지 백신 여유분 500만회분을 빈국에 보내고 내년까지 최소 1억회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영국 백신접종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우리는 백신 여유분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이 전염병을 영원히 퇴치하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적어도 백신을 1회 접종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77%에 달한다. 미국은 64%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기부의사를 환영하며 “유럽연합(EU)도 최소한 미국과 같은 수준의 포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제조업체들에 생산량의 10%를 가난한 나라들에 기부해달라 촉구했다.
EU는 올 연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최소 1억회분을 저소득 국가들에 기부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3000만회, 이탈리아가 1500만회분을 기부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은 22억회분 접종됐다. 그 중 약 5억6000만회분은 G7 국가에서만 투여됐다. 최빈국에 속하는 나라들의 백신 접종률은 0.3%에 그친다.
한편 G7 국가들이 기부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 집단면역을 이루려면 조속히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서 살아남을수록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며 “나중이 아니라 지금 백신을 공유하도록 (G7 국가들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