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매도를 매도라고 부르지 못하면

  • 등록 2013-07-10 오후 2:34:33

    수정 2013-07-10 오후 2:34:33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 같긴 한데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2분기 실적 전망을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조금 더 지켜보며 반등의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팔아야 한다’는 말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2분기 실적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JP모건이 지난달 낸 삼성전자(005930) 리포트 하나로 증권가가 시끌시끌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에 큰 파장을 주기도 했지만,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간 기업분석 실력과 문화에 대한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상징적인 사례였던 탓이다.

우선 실력 차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다수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외국계는 9조원 대에 그쳤다. JP모건은 스마트폰 부품 주문량을 근거로 갤럭시4S의 판매량이 예상에 못 미친다고 추론하고, 이미 6월 초부터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결과는 외국계의 완승에 가까웠다. 삼성전자는 9조 5000억원 대 영업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긴 했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주가는 이틀 만에 7% 넘게 빠졌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제야 부랴부랴 고가 스마트폰시장 성장성의 한계에 주목했다.

부정적인 기업분석 의견을 쉽사리 내지 못하는 국내 증권사의 분위기도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거의 내놓지 않는다. 부정적인 분석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얽히고설킨 공생관계 탓이다.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간 해당 기업부터 기함하고 나선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고, 최대 고객인 자산운용사와의 관계 역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계 보고서가 무조건 훌륭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문화에선 기업분석 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차포(車包)를 하나씩 떼고 두는 장기에서 승리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개미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이다. 거품이 낀 보고서로는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다. 최근 삼성전자 사례에서도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은 고스란히 개미들에게 돌아갔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 결국 불신의 화살은 증권사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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