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7월 들어 국제유가가 하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 주유비나 전기·가스 연료비 등 에너지 부담이 소폭 완화하리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유가가 소폭 하락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 전후의 고유가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서민 체감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을 비롯한 관계기관 전문가와 유가 전문가 협의회를 열고 하반기 유가 전망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6일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정유사·주유소 시장점검단’을 구성하고 서울 소재 고가 판매 주유소 3개소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홍제역 소재 주유소에서 현장 합동 점검하는 김대일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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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참여 전문가는 하반기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상반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105.03달러로 2021년 70.95달러에서 34.1% 급등했었는데, 연평균으론 배럴당 101~108달러로 지금보다 소폭 내리거나 최소한 더 오르진 않는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그에 따른 서방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확대에 따른 상승 요인도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 등 하락 요인도 혼재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JP모건이나 S&P글로벌 같은 주요 국제기관도 하반기 국제유가를 평균 101~105달러 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만이 하반기 국제유가가 130~14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 7월 들어 국제유가는 하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올 6월10일 배럴당 118.94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이후 줄곧 하락하며 지난 7월7일 98.19달러로 100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4월12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후로도 100달러 선을 넘나들며 하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최근 국제유가 및 국제 석유제품(휘발유·경유) 가격 추이. (표=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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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유비도 7월 이후 하락 추세다. 6월 말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하락과 7월부터 시행한 유류세 추가 인하(30%→37%)가 맞물린 결과다. 14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2066.74원으로 2주 전인 6월30일 평균(2144.9원)보다 80원 가량 내렸다. 경유 가격 역시 2167.7원에서 2112.19원으로 55원 가량 내렸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국내 일선 주유소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주 가량 걸리는 만큼 7월 하반기께 ℓ당 2000원 선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석탄, 천연가스 등 국제유가와 연동한 전력 원료비 부담도 줄어드는 추세다. 4월 한때 1킬로와트시(㎾h)당 200원을 웃돌았던 전력 도매기준가격(SMP)이 6월 129.72원까지 내렸다.
한국전력공사(015760)는 올 1분기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끝에 7월 전기요금을 1㎾h당 5원 인상했다.
다만, 서민의 체감 부담은 여전할 전망이다. 하반기 상황이 상반기보다 나아진다고는 하지만, 하반기에도 배럴당 100달러 전후의 고유가 상황 자체는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밑돈다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배럴당 70달러이던 지난해 수준까지 내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전력 도매가격도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7월 들어서면서 다시 1㎾h당 150원 선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의 실효를 키우기 위해 일선 주유소를 대상으로 시장점검단 운영을 강화하고, 공기업 중심으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의 수도권 확대를 통한 시장가격 인하를 추진키로 했다. 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여름철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한 각종 캠페인도 펼친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기름값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한 만큼 민생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며 “시장점검단을 통해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가격 인하를 독려하는 등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최근 전국 평균 국내 석유제품(휘발유·경유) 판매가격 추이. (표=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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