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키겠다"…보수단체 기습 시위에 사저 앞 '아수라장'

'애국세력이 박 前 대통령 지키겠다' 주장
警, 사저 주변 인력 집중 배치..긴장감 팽팽
사저 주변 보수집회 기습시위에 주민들 고통
  • 등록 2017-03-12 오후 2:31:23

    수정 2017-03-12 오후 3:37:51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경찰과 뒤섞이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우리가 나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야 합니다. 다음 대통령도 반드시 탄핵으로 몰고 갑시다 여러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사저 입구 앞 골목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보수세력이 분노하고 있다”며 “노심초사하고 있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직접 발 벗고 나서야 한다”며 헌재를 비난했다.

친박단체 300여명 사저 주변 게릴라 시위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탄핵 선고일인 지난 10일부터 사저 입구에 경찰을 배치하고 청와대 관계자와 내부 시설 개보수 인원 외에 사저 출입을 철저히 제한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잠잠하던 사저 앞은 오전 10시를 지나며 혼란스러워졌다. 친박·보수 단체 회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군가를 부르며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대한민국의 역사가 거꾸로 가고 있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고성을 질렀다. 또 “우리 대통령님 불쌍해서 어쩌냐. 너무 죄송하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탄핵. 정의가 바로 선 대한민국’이라는 팻말을 들고 사저 주변으로 걸어오던 시민과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문모(64)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검찰도 경찰도 믿을 수 없다”며 “애국세력이 박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후 12시 15분부터 통제선을 설치하고 병력을 2개 중대에서 3개 중대로 늘렸다. 경찰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병력을 추가로 신청해 오후 중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가 파고든 시위에 주민들 “이사갈 수도 없고” 고통

한적한 오후에 들이닥친 친박단체의 돌발 집회에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저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주민 이모(28)씨는 “막무가내로 남의 집 앞에 와서 확성기로 소리를 질러서 고통스럽다”며 “이전에는 대통령 옆집에 산다는 게 자랑스러웠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민 정성민(33)씨도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며 “주민 몇 명이 민원을 넣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토로했다.

사저 앞 집회신고를 했다고 밝힌 자유통일유권자본부 관계자는 “강남경찰서에 사저 앞에서 4개월 동안 집회신고를 했다”며 “오늘은 신고 접수가 안 됐지만 주말 이후인 오는 13일부터 집회가 허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13일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저는 지난 10일 헌재 선고 이후 정비작업에 들어간 상태로 전날까지 고장 난 보일러 수리와 도배 공사, 가전제품 등이 설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경찰과 뒤섞이며 길을 지나던 차량들이 경찰의 통제를 받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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