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버틸만큼 버텼다..사상 첫 감산

車·가전 등 수요산업 급격히 위축..재고증가·시장불안 우려
포스코 "경제상황 IMF때 보다도 심각"..감산 결정적 계기
업계 "포스코, 버틸만큼 버텼다..재고조정 시기 빨라질 듯"
  • 등록 2008-12-18 오후 3:28:09

    수정 2008-12-18 오후 3:32:28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포스코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결국 사상 첫 감산을 결정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차·가전 등 철강수요 산업의 감산돌입과 수요 급감에 따른 조치라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005490)는 제품기준으로 이달 20만톤, 내년 1월 37만톤 등 두 달간 총 57만톤을 감산키로 결정했다.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쇳물생산을 현 체제로 유지할 경우, 오히려 재고만 쌓이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포스코 "현 상황 IMF때 보다도 심각"..감산 결정적 계기 

포스코는 그동안 철강산업이 국내 여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높은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감산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한 신일철 등 세계적인 철강 회사들과 국내 여타 철강업체들이 속속 감산계획을 발표할때도 포스코는 "감산을 최대한 피하되 내년 경영 비용을 30% 이상 절감하는 한편 재고와 매출채권 관리를 강화한다는 전략을 펴겠다"고 밝혔다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도 "세계적인 철강수요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감산이 불가피하다면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감산을 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감산 가능성을 일축했었다.

하지만 대표적인 철강수요 산업인 자동차·가전 등이 잇따라 감산계획을 발표하고 수요급감 현상이 현실화되자 포스코의 고민도 깊어졌다.

아울러 최근의 경제상황이 과거 IMF때 보다도 심각하다는 인식이 포스코로 하여금 감산을 결정토록 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예전 IMF시절에도 감산을 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에는 동남아 시장을 제외한 다른 시장의 상황은 좋은 시기여서 그쪽으로 물량을 수출하면 됐지만 현 상황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이제는 철강 수요산업의 감산 등으로 인한 잉여량을 다른 해외로 수출할 수 조차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전세계가 모두 경기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포스코가 감산을 결정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포스코, 버틸만큼 버텼다..재고조정 등에 호재"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감산결정에 대해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포스코의 감산결정 시기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내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버틸 때까지 버틴 것"이라면서 "포스코의 입장에서는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수요산업의 위축을 혼자의 힘으로 뚫기에는 역부족이 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도 "철강업계 내부에선 이미 오래전 부터 포스코의 감산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다"며 "포스코의 감산 결정은 결국 수요업체들에게 이제 바닥까지 왔다는 신호임과 동시에 재고 조정 등에 좋은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의 감산결정 시기가 수요업체들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조금 늦었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하지만 이제라도 감산결정을 내린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업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장은 "포스코의 감산 결정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다만 감산규모는 예상보다 조금 적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의 감산은 그동안 국내 철강재 재고가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재고조정 시기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번 감산으로 포스코의 실적이 나빠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며 철강제품 가격 변동 추이와 내년도에 있을 원료 협상 등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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