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 전 국민연금공단 연금상임이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첫 구절은 짧지만 강한 통찰을 준다. 우리가 흔하게 지나치는 사물이나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국민연금공단 홍보물에서도 ‘풀꽃’ 시를 만날 수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국민연금도 그렇다’라는 문구가 광고에 실렸다. 자세히 보아야 하는 것은 꽃뿐 아니라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내는 우편물도 그렇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매년 가입자에게 생일이 속한 달에 ‘국민연금 가입 내역 안내서’를 우편으로 발송한다. 겉봉투의 색깔로도 가입자와 연금수급자를 구분하는데 가입자에게는 연두색, 연금수급자에게는 주황색 봉투를 사용한다. 가입 내역 안내서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자신의 가입 정보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문서다. 마치 은행 통장 거래 내용을 보는 것처럼 국민연금에 관한 개인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내 연금보험료는 얼마나 쌓였는지, 보험료가 제때 정확히 납부되었는지, 언제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국민연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가입 내역서를 받게 된다면 필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 봤으면 한다.
첫째, 연금보험료 총 납부내역이다. 여기에서 내가 지금까지 낸 총액, 가입 월수, 미납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격은 가입 월수가 120개월(10년) 이상이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2024년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중 10년 이상 가입자는 1682만 명으로 최근 10년간 89.1%인 793만 명이 증가했다. 미납내역은 나의 연금보험료가 납부 안 된 개월 수인데 혹시 미납 개월 수가 표기돼 있다면 노후에 받게 될 연금액이 줄어들고 가입 기간이 줄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미납내역이 있다면 대표자에게 미납 사유를 확인하고 납부를 요청할 수 있다. 본인에게 납부의무가 있는 지역가입자나 임의가입자라면 미납금은 바로 내는 것이 좋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급액이 증가하는데 특히 가입 기간 20년을 초과하는 연마다 연금액이 5%씩 증가하므로 가입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미납된 보험료는 바로 내는 것이 유리하다. 미납금액은 3년이 지나면 징수권이 소멸해 추후 납부할 수 없기에 나의 납부내역에서 미납 여부는 꼭 살펴봐야 한다.
둘째, 향후 받게 될 예상연금 월액이다. 매월 받게 될 예상연금 월액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표시한다. 이 예상연금은 현재 연금보험료로 만 60세까지 계속 낼 때 매월 받게 될 연금액이다. 물론 물가인상에 따른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금액은 아닌 추정치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본인의 예상연금 월액을 확인한 후 연금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가입 기간이나 금액을 조정해 볼 수 있다. 사업장 가입자는 퇴직 후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해 계속해서 연금보험료를 내거나 개인 가입자는 현재 내는 보험료 액수를 증액해 내는 방법이 있다. 납부총액이나 납부 기간을 늘려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예상연금 월액을 잘 살펴 리모델링하면 안정적인 노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노후소득의 일정 부분을 확보하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용해 노후보장 3층 탑을 쌓는 지혜도 필요하다.
셋째, 국민연금 이용 꿀 팁(Tip)이다. 이 항목에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도움 정보가 자세히 안내돼 있다.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장점, 연금액을 늘리기 위한 각종 납부제도, 보험료 지원제도, 100세 시대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는 노후준비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방법 등 연금과 관련한 최신 정보들을 이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년 받게 되는 국민연금 가입 내역 안내서로 나의 노후 설계를 해보면 어떨까. 몰라서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가입 내역 안내서를 자세히 살피고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면 먼 훗날 연금을 받을 때 국민연금이 더없이 예쁘게 보일 것이다. “모든 지식은 관찰로부터 시작한다”라는 말 역시 국민연금에 적용된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