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동호회]"바둑 알면 세상 보이죠"

삼성證 바둑 동호회 '미생마'
  • 등록 2014-07-07 오전 11:24:46

    수정 2014-07-07 오전 11:24:46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바둑은 묘하다. 가로·세로 각 19줄의 교차점에 까맣고 하얀 돌을 놓는 게임이지만 세상 이치를 담고 있다. 직장 초년생 생활을 바둑에 빗대 그려낸 웹툰 ‘미생’이 인기를 얻은 것도 이런 까닭이 컸다.

삼성증권의 바둑 동호회 ‘미생마’에는 바둑이 알려주는 세상 이치에 푹 빠진 사람이 모였다. 올해 처음으로 결성된 동호회에는 고문인 이학기 고객보호센터 상무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웹툰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와 마찬가지로 19살 때까지 한국기원 연구생을 지낸 차진혁 주임도 있다.

1분1초가 바삐 돌아가는 주식시장과 바둑돌 단 하나를 놓으려 1시간 고민하는 바둑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러나 동호회 회장인 문진철 삼성증권 랩운용팀 차장은 삶과 마찬가지로 증권 역시 바둑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바둑의 10계명인 위기십결을 들었다. 그는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으라는 ‘기자쟁선(棄子爭先)’에서 보듯 하반기 코스피가 얼마 갈지보다 내가 투자한 종목이 언젠가 오르리란 확신이 중요하다”며 “매일 빠지는 스키장 같은 차트보다 상승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박스권에 갇힌 증시도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바둑이 평온하게 가다가도 어느 순간 승부수가 나오면서 판세가 급변하는 순간이 있다”며 “최근 증시로 기관 투자자가 들어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둑은 움직임이 적은 게임이지만 동호회마저 정적이진 않다. 프로 바둑기사를 동호회로 초대해 바둑 강의를 듣거나 봉사활동도 한다. 매개체는 바둑이다. 어르신과 바둑 한 판 두며 말동무가 돼드리는 것.

문 차장은 “70대 노인과 10대 어린이가 한자리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바로 바둑”이라며 “서로 하는 일도, 나이대도, 직책도 다르지만 바둑 한 판 두고 나면 훨씬 친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둑은 바둑판과 바둑돌만 있으면 어디서든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며 “미생마는 지금 수도권 지역 직원 위주로 구성돼있지만 지역도, 활동도 넓혀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바둑 동호회 ‘미생마’ 회장 문진철 삼성증권 랩 운용팀 차장(사진 가운데)을 포함해 동호회 회원이 프로 기사의 대국을 복기하며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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