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4th 피플]대신증권 임홍재 IB본부장

"투자은행 명가 재건을 꿈꾼다"
  • 등록 2011-08-17 오후 3:30:30

    수정 2011-08-17 오후 3:30:30

마켓in | 이 기사는 08월 17일 15시 0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 임홍재 대신증권 IB본부장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입국한 퀀텀펀드의 창시자 조지 소로스 회장은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 기관장을 제쳐둔 채 고(故) 양재봉 대신증권 창업주만을 단독 면담하고 한국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그만큼 당시 투자금융(IB) 업계에서 대신증권(003540)의 입지는 굳건했다. 하지만 1999년 한국가스공사 기업공개(IPO) 때 입은 막대한 손실과 대신생명(현 녹십자생명) 부실의 여파는 대신증권을 IB에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했다. 그로부터 10년. 대신증권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권토중래’하고 있다. 이는 2년여전 이어룡 회장이 임홍재 전무를 영입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기도 하다. “IB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2년전과는 달리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는다는 게 현재 대신증권 IB부문의 가장 큰 자산 같다. 요새는 날을 새서 일을 해도 재밌다고들 한다.”

증권사 첫 PE 설립 포부

IB에 시동을 걸겠다고 나섰지만,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 전무가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사모투자펀드(PEF)와 중소형 인수·합병(M&A)파트. 현재 대신증권은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과 총 5000억원 규모의 PEF 운용을 맡고 있다. 임 전무는 지난해 721억원 규모의 PEF를 만들어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했다. 이는 `공기업 민영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MB정부의 성공적 첫 사례로 꼽힌다. 나아가 대신증권은 별도의 프라이빗 에쿼티(PE)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와는 다른,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PEF 운용을 전문적으로 맡기자는 것. 현재까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2곳의 PE가 있을 뿐 증권사 소속 PE는 없다. 임 전무는 “가칭 대신PE를 만들 경우 증권에서 자본금 10억원이든 50억원이든 출자하고, 나머지는 펀딩을 통해 운용규모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사실상 무한책임사원(GP)과 대주주로서의 책임이 다른 만큼 리스크 단절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 아직 상황이 여의친 않지만 금융당국의 승인만 나면 바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중점적으로 한 PEF가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앞으로도 3~4년 정도 밸류 업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증권사 PE와 달리 금융권 PE들은 2~3년내에 성과가 가시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임 전무의 구상은 양재봉 창업주의 며느리인 이어룡 회장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너가 밀어준다” 힘 받는 IB 재건

사실 대신증권이 IB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오너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오너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리스크 테이킹이 필수적인 IB업무 확장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웅진에너지 기업공개(IPO)를 성공리에 마쳤다. 사실 웅진에너지 측은 신한금융투자와 우리투자증권 등을 맘에 두고 있었지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한 마디에 대신증권이 웅진에너지 IPO 주관사로 선정됐다. 웅진에너지 IPO에 이어 웅진패스원 상장을 위한 대표주관사도 거머줬다. 내년으로 미룬 웅진식품 IPO도 대신증권 몫이다. 고(故) 양재봉 창업주의 며느리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친분이 작용한 것이다. “IB는 사실상 오너 비즈니스로 볼 수 있다. 본부장이 10번 왔다갔다 하는 것 보다 오너가 한 번 만나는 게 상대방 입장에서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너의 측면사격을 바탕으로 `역공`도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딜을 다양화하기 위해 홍콩에 집중하고 있다. 홍콩 역시 지난 2000년에 진출했다가 한 번의 실패를 맛 본 곳. 게다가 최근 우리투자증권은 홍콩 파견인력을 줄이고 있고, 삼성증권 홍콩법인의 누적적자가 4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의 허브인 홍콩에서 한국 증권사들의 자리찾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홍콩시장에 A, B, C, D의 증권사 등급이 있다면 A등급은 씨티, HSBC 정도이고, B등급은 중국 증권사들이 위치한다. 한국의 증권사는 D등급 수준이 아닐까 싶다.” 발행사들이 한국 증권사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 때문에 대신증권은 업무제휴를 맺은 중국 자오상증권과 함께 딜을 진행할 계획이다. 자오상증권은 지난해 중국 톱5에 든 증권사로 현재 중국투자펀드 설립 얘기도 구체적으로 오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그렇고, 해외 유수의 증권사들이 국내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중견기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하반기중에 중견기업 한 곳이 추진하는 2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홍콩 쪽과 함께 진행해 물꼬를 틀 계획이다.”

“첫 마음으로 도전..자신감 회복했죠”

대신증권은 전통적인 IB 분야에서도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격돌할 당시 현대그룹의 원군이 됐던 게 대표적인 예다. 대신증권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2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당시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눈치를 볼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금 돌이켜 봐도, 그건 괜찮은 선택이었다. 철저히 이익이 있고, 거래가 있는 곳과 일한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 지난해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대신증권의 현대그룹 베팅전략은 임 전무의 공격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요즘은 대신증권 IB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리그테이블을 통해 인지도 상승을 기대한다. 대신증권은 이데일리 리그테이블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 상반기 주관순위 10위, 인수순위 11위에 올랐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관 4위, 인수 3위에 안착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채권자본시장(DCM)에서도 회사채 인수실적 18위를 차지했다. 올 1분기 29위에서 11계단이나 상승했다.

틈새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시가총액 5000억원 내외의 중형기업들의 고민인 상속과 후세승계 문제, 신규사업 진출에 있어서도 `찾아가는 서비스`로 결실을 맺고 있다. 대성산업을 비롯해 아이디스도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답을 찾았다. “앵글을 달리해 오너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주회사가 좋은 측면이 분명히 있는데 평가절하되는 면도 있다”며 “기업분할을 통한 대주주로서의 지분확보뿐 아니라 새로운 자회사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시 리스크 완화 등 주주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 고객이 필요한 업무를 찾아서 제공하는 일. 그게 IB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임 전무. 그리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위기를 지낸 이어룡 회장. 이들의 남다른 의지와 열정이 과거 대신증권 IB 명성을 되찾아 올 지 사뭇 궁금해진다. 약력:△1959년생 △사레지오고등학교 △전남대 경영학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1986년 동원증권 입사 △1996년 동원창업투자 △1999년 교보증권 IB본부장 △2008년 IBK투자증권 IB사업부장(부사장) △2009년 대신증권 IB본부장(전무)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4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4호 마켓in은 2011년 8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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