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북문 앞에서 차희찬(17) 군이 이번 공연으로 인한 잔디 훼손과 축구팀이 구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K리그의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하며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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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모두가 인정한 잔디, 사라지는 데는 한순간. 축구팀이 축구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현실.”
자칭 대한민국 프로축구 K리그의 FC서울 축구팬인 고등학교 1학년 차희찬(17) 군의 일갈이다.
지난 11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폐영식과 K팝 콘서트 개최가 예정돼 있던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문 앞. 차희찬 학생은 태풍이 지나간 뒤 폭염이 이어진 이날 낮, 이 같은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경기장 앞에 섰다. 이날 콘서트를 보기 위해 8개 시도에서 모여든 잼버리 대원들의 흥분된 행렬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1인 피켓 시위에 나선 차희찬 학생의 모습은 차분했지만 가라앉아보였다. 차희찬 군은 팻말을 들어보이며 “외부 공연으로 축구팀이 구장을 쫓겨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져 1인 시위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라도 공론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잼버리의 파행 운영에 대한축구협회 FA컵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 준결승전이 결국 연기됐다. 축구팬, 홈경기 및 원정경기를 준비한 양 구단 모두가 일정과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며 “다시 정부의 말 한마디로 한국 축구의 텃밭인 K리그 그라운드에서도 축구팀이 쫓겨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속상해했다.
| 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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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당초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진행키로 한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및 폐영식의 날짜와 장소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급히 변경했다. 그런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K팝 콘서트 및 폐영식 개최 장소가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
차희찬 군은 수만 명이 찾는 외부 행사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이곳 월드컵경기장에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있었는데, 당시 맨시티도 극찬한 게 상암 잔디였다”며 “10억원 들여 2년을 키운 잔디다. 외부 공연에 모두가 인정한 잔디가 사라지는 데는 한순간”이라고 비판했다.
팬들의 원성이 이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예산 편성과 잔디의 원상복구를 약속했다. 문체부는 13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며, 최선을 다해서 복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대 등 콘서트 관련 시설 철거가 완료되자마자 서울시설공단에서는 그라운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전용 잔디 보식 등 긴급 복구에 들어갈 것”이라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FC와 서울시설공단 측과 협력해 빠른 시일 내 경기장을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 11일 오후 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북문 앞에서 차희찬(17) 군이 이번 공연으로 인한 잔디 훼손과 축구팀이 구장에서 쫓겨나야 하는 K리그의 안타까운 현실을 비판하며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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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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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 잔디 보호 매트가 깔려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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