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최소 157명이 사망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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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5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대형 폭발 사고를 조사 중인 레바논 사법 당국이 항만 관리자 등 16명을 체포해 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16명은 고위험성 폭발물인 질산암모늄 관리를 소홀히 해 폭발 사고로 이어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전현직 관료에 대해서는 도주 우려에 따른 출국금지, 계좌동결 조치도 내려졌다.
레바논 NNA통신은 6일(현지시간) 레바논 당국이 베이루트 폭발 참사의 조사 일환으로 16명의 관련자를 체포해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최고군사위원회는 사고 직후 폭발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폭발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파디 아키키 레바논 레바논 군사법원 판사는 “지금까지 항구와 세관 관리자를 포함해 18명 이상이 심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문 대상에는 폭발물이 들어있던 창고의 유지·보수 관리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도주 우려가 있는 전·현직 관리 7명은 출국이 금지되고 보유 계좌도 동결됐다.
베이루트 폭발참사 원인으로는 6년간 항구에 방치돼 있던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지목됐는데, 폭발성이 강한 물질을 부실하게 관리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레바논 정부문서에 따르면 사고 6개월 전 질산암모늄을 옮기지 않으면 베이루트 전체가 폭파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레바논 세관당국이 폭발물질을 처리하기 위해 베이루트 법원에 다섯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사법당국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레바논 정부는 폭발로 최소 15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부상자가 5000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난 항구 근처에 있다가 실종된 사람만 수백명에 달해 사망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 정부는 사고 피해액이 150억달러(한화 약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니세프는 이 재해로 약 8만명의 아동 난민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일 남프랑스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참사 소식에 베이루트를 방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폭발 재건을 위한 원조를 약속하며 “레바논은 변화와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나는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라 레바논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거리는 마크롱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레바논 주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환호를 보냈으며 “정권은 물러가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