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첫 발을 내딛는 출범식이 열린 26일. 하이닉스는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행사가 진행된 본사 체육관. 11시가 조금 넘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행사장에 들어서자, 객석에선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객석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 박수로 최 회장을 맞았다. 최 회장이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함성소리는 더 커졌다. 최 회장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축사를 맡은 김문수 도지사는 이를 두고 "북한박수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 회장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새신랑마냥 의기양양했다. "오늘 참 가슴이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붉힌 최 회장은 "원고없이 생각나는대로 얘기하겠다"며, 10여분간의 격려사를 시작했다. 최 회장의 격려사는 `시너지`와 `행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 회장은 지난 25일 태국 친나왓 총리의 방문을 `시너지`의 사례로 들었다. 수해 방지 시스템 계약 논의를 위해 태국 총리를 만났다는 최 회장은 "태국 총리에게 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을 보여주며, 우리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세일즈를 했다"며 "아무 연관없는 두 개의 사업분야이지만, 세일즈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게 하이닉스 인수로 SK가 갖게되는 무형의 시너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태국 총리에게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설명하며, 말레이시아와 태국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건넸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의 투자를 상향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 회장은 격려사 말미에 "하이닉스도 이제 SK그룹의 일원이 됐으니, 앞으로 주주와 고객들에게 더 큰 행복을 나눠줘야 한다"며 "여러분 저와 같이 해주시겠습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객석에선 기다렸다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네"라는 대답이 터져 나왔다. 이날 출범식으로 하이닉스는 SK라는 말머리를 달고, `SK하이닉스`로 새출발했다. 재계 3위의 SK그룹이 세계 2위 메모리기업 하이닉스를 품은 걸 대내외에 알린 날. 김재홍 지시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이를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표현했다. 최 회장으로부터 새로운 CI가 그려진 `회사 깃발`을 넘겨받은 권오철 사장은 힘차게 깃발을 흔들며, 공식 출범을 기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그룹 합류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종합반도체회사로 영역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사업포트폴리오를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CIS 등 '모바일 솔루션' 중심으로 재편해 현재 40% 수준인 모바일 솔루션 비중을 2016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