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해 폐업사업자 10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이 많은 음식업과 소매업 폐업률이 특히 높았다. 영세 소상공인과 30대 및 30대 미만 폐업률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국세통계연보상 비교 가능한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98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업사업자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 비중이 절반(48.9%)에 달해,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경제성장 등으로 사업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총 사업자 수도 1000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자 수 증가는 어려운 사업환경에 더해 이러한 사업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 2006~2023년 연도별 폐업사업자 및 폐업률 추이. (자료=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바탕으로 경총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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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22년(8.2%) 대비 0.8%포인트 상승하면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상승 반전했다.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의 폐업률이 높았다. 업종별로는, 소매업(27만7000명), 기타 서비스업(21만8000명), 음식업(15만8000명)의 폐업자 수가 많았다. 특히, 음식업(16.2%), 소매업(15.9%) 같이 소상공인이 많은 업종의 폐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업종들에 비해 음식업의 폐업률이 높은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음식업이 속한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법정 최저임금액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이 2023년 기준 37.3%에 이를 정도로 현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2023년 업종별 폐업사업자 및 폐업률 현황. (자료=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바탕으로 경총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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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개인사업자인 ‘간이사업자’의 폐업률(13.0%)이 일반사업자(8.7%)나 법인사업자(5.5%)보다 높았다. 간이사업자는 신규사업자 또는 직전 연도 매출 8000만원(2024년 7월 이후 1억400만원) 미만 개인사업자가 등록할 수 있는 사업자 유형이다. 간이사업자 폐업률이 다른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며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 여건이 더 어려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과 비교해 2023년 폐업한 간이사업자 수는 36.4% 늘어, 일반사업자(1.9%)나 법인사업자(12.0%)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업자 유형별로 최근 3년 연속 폐업자 수가 증가한 유형은 간이사업자가 유일하다.
폐업 이유는 ‘사업 부진’(48.9%·48만2000명)이 가장 많았다. 2010년(50.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사업자별로 보면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49.2%였고, 법인사업자는 44.6%였다. 간이사업자는 55.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 2006~2023년 ‘사업부진’에 따른 폐업 비중 추이. (자료=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바탕으로 경총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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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는 30세 미만(19.8%), 30대(13.6%) 사업자의 지난해 폐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2022년에 비해서도 30세 미만과 30대 폐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이승용 경제분석팀장은 “최근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도 높다 보니, 중소·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폐업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 진작, 투자 촉진 등 내수 활성화와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