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로비 의혹’ 윤갑근 前 고검장 징역 3년 선고(종합)

남부지법, 윤 전 고검장 징역 3년·추징 2억2천만원 선고
‘라임펀드 재판매 요청’ 로비 대가로 2억여원 받은 혐의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위험성 알면서도 알선 의뢰 받아”
  • 등록 2021-05-07 오전 11:43:53

    수정 2021-05-07 오전 11:43:53

[이데일리 박순엽 조민정 기자]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판매 재개를 우리은행에 청탁한 대가로 2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갑근 전 대구고등검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 전 고검장은 공판 내내 정상적인 자문료를 받았을 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알선 명목으로 해당 금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 전 고검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형량과 추징금을 1심 재판부가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윤 전 고검장은 지난 2019년 7월 중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라임 투자를 받은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에게서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를 재판매하도록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윤 전 고검장 측은 공판 내내 해당 금액이 메트로폴리탄과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자문료이며, 라임 펀드 판매 재개를 청탁받거나 청탁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1심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작성한 ‘펀드 재판매 요청서’ 문건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고검장은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 회장으로부터 ‘우리은행 펀드가 재판매 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알선을 의뢰받은 것으로 보이고, 윤 전 고검장도 알선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윤 전 고검장은 이후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을 만난 사실에 비춰 알선 의뢰를 수락했다고 볼 수 있다”며 “관련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하면 펀드 재판매를 요청한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윤 전 고검장이 받은 2억2000만원도 알선 명목으로 받은 돈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 측의 ‘법률 자문 계약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변호사 업무가 아니었다고 보인다”며 “윤 전 고검장이 받은 금액이 통상적인 자문 금액과 비교해 과도하고, 자문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문 계약서도 실질과 무관하게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은행 내 의사결정 과정을 건너뛰고 은행장에게 재판매를 요청하면서 금융기관 의사결정에 개입한 점 △불특정 다수 개인투자자에게 6700억원에 이르는 금융투자 손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던 점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위험성을 알면서도 문제가 많은 알선을 의뢰받고 상당한 금액을 받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윤 전 고검장은 지난해 10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공개한 옥중 입장문에서 로비 대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라임 펀드 재개 청탁 건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등에 수억 원을 지급했고,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에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전 고검장 측은 공판 내내 무죄를 주장했다. 윤 전 고검장 측 변호인은 “이 전 부사장이든, 김 회장이든 윤 전 고검장에게 부탁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그 누구도 윤 전 고검장에게 라임 펀드 재판매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부탁이 있었단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고검장도 최후 진술에서 “정식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해 위임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법무)법인 계좌로 자문료를 받아 세금을 정상적으로 냈고, 회계 처리도 투명하게 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 사건에 알선수재죄가 적용된다면 변호사나 법무법인의 자문 계약 중 문제가 되지 않을 건은 몇 건이나 되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을 무리하게 수사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꺼냈다. 그는 “영장 청구 당시 법무부와 검찰이 심각하게 대립 갈등하면서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을 포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이자 야당 정치인인 저의 구속은 충분한 명분이 됐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윤 전 고검장 측은 1심 판결을 검토한 이후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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