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M&A를 굳이 홍콩에 가서 하는 이유

  • 등록 2007-09-10 오후 4:54:26

    수정 2007-09-10 오후 4:54:26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돈은 홍콩이 챙긴다."

국내기업을 사고 파는 인수합병(M&A) 딜이 한국이 아닌 홍콩에서 이뤄지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특히 매각주체나 매각 주관회사가 외국계인 경우 거의 대부분의 협상 무대가 홍콩에서 차려지고 있다.

지난 6월 극동건설과 스타리스를 매각한 론스타는 매각 주관사로 ABN암로증권의 한국법인이 아닌 홍콩법인을 선정했다.

최근 공식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의 경우도 매각 주관사 업무를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이 맡았다.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은 하나로텔레콤(033630) 매각 주관업무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아이엔지자산운용에 매각된 랜드마크자산운용 역시 매각 협상이 홍콩에서 마무리됐다. 매각 주관회사를 맡은 모건스탠리증권가 한국법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딜(deal)은 한국법인이 맡지 않았다.

매각 작업을 앞두고 매각 주체가 아예 홍콩으로 옮기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하이마트 매각을 진행 중인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속속 홍콩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것.

이를 두고 인수합병계 일각에서는 어피니티펀드가 본격적으로 보유 투자자산 매각에 돌입한게 아닌가 하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어피니티펀드는 하이마트 외에도 페이스샵, (주)만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시류의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략 두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안 유지가 용이하고,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인수합병계 한 관계자는 "대형 인수합병 작업을 국내에서 진행하다 보면 끝까지 비밀을 유지하기 힘든게 사실"이라며 "수천억에서 조단위에 이르는 딜이 정보 유출로 막판에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매각 주관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법인세율이 훨씬 낮은 홍콩이 국내보다는 주관업무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일부러 국내법인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들도 만만치 않다.

인수합병 업계의 한 전문가는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딜을 홍콩서 진행한다고 해서 실제 작업에 국내법인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실제 작업은 국내에서 해놓고 최종 결정만 홍콩에서 함으로써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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