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시리아가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이후 13년에 걸친 내전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선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하면서다. 그간 철권통치를 해온 알아사드 대통령은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53년 동안 이어진 알아사드가문의 독재 정치가 곧 막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시리아 하마 시청에 걸려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초상화가 총탄 자국에 훼손돼 있다. 반군이 시리아 제2도시인 알레포를 점령한 이후 일주일만에 주요도시를 잇따라 점렴하며 아사드 정권 붕괴가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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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 무장세력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시리아 반군은 “다마스쿠스가 해방됐다”고 선언했다.
반군은 수도를 장악하고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다마스쿠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이들을 석방했다.
모하메드 알잘리 시리아 총리는 “정부가 반군에 손을 내밀고 과도 정부에 권한을 넘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권 이양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도 알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났으며, 군 지휘부가 정부군 병사들에게 더는 복무할 필요가 없음을 통보했다. 로이터는 알아사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알아사드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다마스쿠스를 떠났으나 구체적인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알아사드 가문의 50년 철권통치도 막을 내리게 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30년 종신 집권했던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하페즈 전 대통령이 2000년 사망하자 아들인 그가 대를 이어 장기 독재를 펼쳤다.
2011년 3월 중동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을 계기로 내전이 일어났으나 알아사드는 러시아와 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원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 등으로 이들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반군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끝내 정권이 붕괴됐다.
시리아는 내전 발발 이래 지금까지 62만명이 숨졌고, 알아사드 정권은 자국민에게 화학 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시리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은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지역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튀르키예, 이란을 포함한 8개국 외무장관들은 전날 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도하 서밋’을 계기로 유엔의 시리아 특사와 함께 시리아 정세를 논의했으며, 앞으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게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도하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며 시리아의 ‘질서있는 정치 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회담 개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