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예견된 안심전환대출의 실패

  • 등록 2022-11-15 오전 5:00:01

    수정 2022-11-15 오전 5:00:0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일반적으로 모든 것들은 진화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책이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원인을 찾고 다음에는 진화된 정책이 나온다. 아니면 폐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등장했던 ‘안심전환대출(이하 안심대출)’은 앞선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2022년, 또 다시 등장했다. 안심대출은 가계부채 구조 개선책으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책이다.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2015년, 2019년과 달리 올해는 금리 인상기라 이자 부담이 커지는 시기였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25조원이라는 정책 목표액을 11월 초 대상과 기간을 늘려가며 확대했지만 11월 10일 기준 누적 5조5000억원 모집에 그쳤다. 금리를 최저 3.7%라고 소개했지만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크게 벌어진 인터넷은행에선 9월 이후에도 3.2%대 변동금리 주담대를 내놓기도 했다.

당정은 주택가격 요건을 9억원으로 확대하고 소득 요건까지 없애기로 한 ‘일반형 안심대출’을 내년 1월 1일부터 조기 출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안심대출의 흥행 실패를 단지 제한된 정책 수요자로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안심대출은 흥행에만 성공하면 정책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9월말 기준 안심전환대출 내용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안심대출이 가장 크게 흥행한 2015년, 당시 1월 변동금리 대출 비중(잔액)은 71.5%였는데 3월 안심대출이 출시되자 4월 65.8%로 떨어지더니 안심대출이 종료된 후 곧바로 70%대를 넘어섰다. 2019년엔 65~66%였던 변동금리 비중이 안심대출 출시와 무관하게 우상향하며 올 9월 78.5%로 높아졌다.

더 싼 금리를 택하는 소비자 선호로 인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줄지 않는다. 반면 안심대출의 부작용은 크다. 주택금융공사는 안심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야 하는데 앞선 두 차례 모두 안심대출용 MBS발행으로 채권금리가 폭등하는 등 채권시장에 혼란만 커졌다. 올해는 역대 가장 빠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시장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 MBS발 채권 공급이 다른 곳의 자금조달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안심대출은 정부 시책에 따라 저금리 때도 높은 이자를 부담한 고정금리 대출자를 차별화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안심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된 이후 첫 출시됐다는 점에서 맹점도 있다. 기존 은행 주담대를 안심대출로 전환할 경우 해당 대출이 DSR에서 제외된다. 빚 한도가 꽉 찼던 대출자가 주담대를 안심으로 옮기면 대출 여력이 생긴다. 내년엔 개인당 최대 5억원의 대출 여력이 생긴다. 이들이 추가 대출을 받을 때 과연 더 비싼 고정금리를 택할까.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한다더니 결국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고 있는 셈이다.

변동금리 대출 증가 원인과 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의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안심대출은 제대로 된 성과 평가도 없고 ‘했던 것을 반복하는’ 행정 편의주의가 발현된 결과다. 그런 정책을 8년간 세 차례나 반복하고 있으니 이미 예견됐던 정책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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