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운사 임원의 쓴 소리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한국 양대 해운사가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해운업계에서는 재무약정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금융 메리트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해운업과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기업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
이런 와중에 해운업 주관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업계 목소리를 수렴, 해운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기준 가운데 부채비율 산정과 관련한 해결책을 추진중이어서 주목된다.
차입을 해 선박을 발주하더라도 이 선박이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했다면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부채비율 기준 완화 노력..업계 `반색`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선박에 대해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해, 해운사가 신용위험평가로 투자기회를 잃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운사가 한국전력이나 포스코 같은 우량 화주의 원자재나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돈을 빌려 선박을 건조한 경우에, 그 차입금을 전체 부채에서 제외한다는 것.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려면 금융권은 물론 금융감독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아무래도 금융권과 해운업계의 시각이 크게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내년 신용위험평가에는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이같은 국토해양부 안에 대해 얼마나 호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재무약정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현대상선(011200)의 경우에 대입해도 작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84%에서 220%대로 뚝 떨어진다.
업계도 이같은 지원책에 반색하고 있다. 한진해운(117930) 관계자는 "만약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한 선박을 위해 차입한 빚을 부채비율 산정에서 제외한다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양대 선사 재무약정 대상..해운업계 `위기감`
|
부채비율에 발목 잡힌 해운업계가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한 것이 이번 방안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양대 해운사가 재무 약정 대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해운업계의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작년에 국내 최대 해운사 한진해운이 속한 한진그룹이 재무 약정을 체결했고, 올해 2위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도 약정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해운사의 경쟁력이 세계적인 선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지만, 선박 차입금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 때문에 양대 해운사도 재무약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지금은 위기관리보다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국토해양부의 판단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구 노력과 경기 회복으로 해운업계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작년 10개사에서 올해 1개사로 줄었다.
선박가격이 최저점으로 떨어져 저축은행들도 선박 투자에 나서는 지금이 세계 5위인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기회란 것.
실제로 중국계 은행은 작년부터 선박금융 비중을 높이며 적극적으로 중국 조선사와 해운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중국수출입은행의 단독 융자 프로젝트 규모는 23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해운업체들은 재무구조 개선약정이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합리적 평가기준 마련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래서 이번 부채비율 기준 도입이 현실화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현대건설 매각 개시..인수 후보군은?(종합)
☞(VOD)오늘의 핫종목..현대상선, 52주 신고가 행진 얼마나 더 이어질까?
☞현대 "주채권銀 바꾼 전례많아..돈갚고 외환銀 관계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