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풋옵션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결국 인수 기업에 재앙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채권은행의 감독 책임을 강화토록 한다는게 골자다.
관련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무리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존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포이즌필(Poison pill) 제도 도입을 긍정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M&A 풋옵션 규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몇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가 시장의 핫이슈로 부상할 당시 당국이 대책 마련 가능성을 언뜻 내비친 바 있다.
최근 효성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000660) 인수 추진 소식에 시장이 크게 동요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이 문제는 다시금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성급한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어렵게 됐다"며 효성(004800) 주식을 되사들이기 시작했다. 8일 주식시장에서 효성 주가는 오전 한때 가격 제한폭 근처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 "반시장적 발상" vs "찬반 문제 아닌 정도의 문제"
당사자인 M&A업계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발상 자체가 `반(反)시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투자에 있어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어떤 재무적 투자자도 풋옵션 가치를 먼저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없으며,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장치로 풋옵션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풋옵션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당국의 대책 언급에 공감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 시각도 기본적으로 풋옵션 문제가 `시장이 스스로 풀 문제`임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다만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리한 M&A 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대세 상승장에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밸류에이션으로 M&A가 종종 벌어졌던 과거의 사례를 감안하면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며 "시장이 이성을 잃을 땐 최소한의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향후 M&A 시장 어느 정도 위축은 불가피
M&A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국내 M&A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능력없는 기업이 M&A에 나설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능력있는 몇몇 대기업들만이 주도권을 쥐게 되는 시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투자 심리가 한층 위축돼 있는 현재 상황이라 그럴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회피 심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더욱 인수기업이 풋옵션 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M&A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수금융(M&A financing)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M&A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줄면 금융회사들이 재무여력이 탄탄한 몇몇 대기업에 매달리게 될 것이고, 주도권을 쥔 대기업은 낮은 조달금리로 손쉽게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M&A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커지는 셈이다.
PEF나 메자닌 펀드등 M&A와 관련된 사모펀드 시장도 위축될 공산이 크다. 기본적으로 투자 참여 기회가 줄어들 뿐더러, 인수금융 시장 위축으로 인한 펀드의 기대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M&A시장에서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되는 상황은 분명 막아야 하지만, 섣부른 규제로 시장 자체가 죽어서는 안된다"며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효율적 재편을 위해 M&A시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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