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규제 움직임..`승자의 저주` 푸는 열쇠될까

당국, 풋옵션 규제 검토·포이즌필 도입 언급
업계 찬반양론속 "시장 위축없는 규제 필요"
  • 등록 2009-10-08 오후 2:49:14

    수정 2009-10-08 오후 2:49:14

[이데일리 배장호 원정희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승자의 저주`를 막기 위한 대책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풋옵션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무리하게 기업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결국 인수 기업에 재앙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채권은행의 감독 책임을 강화토록 한다는게 골자다.

관련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무리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기존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포이즌필(Poison pill) 제도 도입을 긍정 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M&A 풋옵션 규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몇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풋옵션 문제가 시장의 핫이슈로 부상할 당시 당국이 대책 마련 가능성을 언뜻 내비친 바 있다.

최근 효성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000660) 인수 추진 소식에 시장이 크게 동요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이 문제는 다시금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성급한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어렵게 됐다"며 효성(004800) 주식을 되사들이기 시작했다. 8일 주식시장에서 효성 주가는 오전 한때 가격 제한폭 근처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 "반시장적 발상" vs "찬반 문제 아닌 정도의 문제"

당사자인 M&A업계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발상 자체가 `반(反)시장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M&A 풋옵션은 기본적으로 인수 기업과 재무적 투자자들간의 사(私)적인 문제"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에 있어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어떤 재무적 투자자도 풋옵션 가치를 먼저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없으며,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장치로 풋옵션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풋옵션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당국의 대책 언급에 공감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 시각도 기본적으로 풋옵션 문제가 `시장이 스스로 풀 문제`임을 전제로 깔고 있다. 다만 시장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리한 M&A 시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대세 상승장에서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밸류에이션으로 M&A가 종종 벌어졌던 과거의 사례를 감안하면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며 "시장이 이성을 잃을 땐 최소한의 제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A 풋옵션 규제는 찬반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도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인수 기업의 변제 능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채권 은행이 무리한 M&A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향후 M&A 시장 어느 정도 위축은 불가피

M&A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국내 M&A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하다는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능력없는 기업이 M&A에 나설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능력있는 몇몇 대기업들만이 주도권을 쥐게 되는 시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 투자 심리가 한층 위축돼 있는 현재 상황이라 그럴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작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회피 심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더욱 인수기업이 풋옵션 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M&A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수금융(M&A financing)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M&A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줄면 금융회사들이 재무여력이 탄탄한 몇몇 대기업에 매달리게 될 것이고, 주도권을 쥔 대기업은 낮은 조달금리로 손쉽게 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된다. M&A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커지는 셈이다.

PEF나 메자닌 펀드등 M&A와 관련된 사모펀드 시장도 위축될 공산이 크다. 기본적으로 투자 참여 기회가 줄어들 뿐더러, 인수금융 시장 위축으로 인한 펀드의 기대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M&A시장에서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되는 상황은 분명 막아야 하지만, 섣부른 규제로 시장 자체가 죽어서는 안된다"며 "기업의 성장과 산업의 효율적 재편을 위해 M&A시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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