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중국 가전·TV 제조업체들이 본격 유럽 공략에 나섰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수요가 견조한 유럽 시장을 적극 두드리는 것이다. 인공지능(AI) PC 등 온디바이스AI 기기 출시에 맞춰 올해는 반도체 기업들도 대거 독일을 찾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가하는 중국 기업은 1300여곳이다. 한국(127개사)보다 10배 이상 더 많다.
중국은 2019년 이전만 해도 700~800개 기업이 IFA를 찾았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참가 업체가 일시적으로 급감했지만 지난해부터 약 1200곳으로 다시 급증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자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 아너 신규 폴더블폰 ‘매직V3’. (사진=아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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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IFA를 찾는 대표적인 중국 회사는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온디바이스 AI 기술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AI로 생성한 딥페이크 사진과 영상을 감지해 사용자에게 알려주거나, AI 기반 디스플레이가 눈의 피로와 근시 발생 위험을 낮추도록 화면을 조정하는 식이다. 아울러 아너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매직 V3’을 공개한다. 현존 폴더블 스마트폰 중 가장 얇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품이다. 이외에 하이얼, 로보락 등의 기업들이 독일을 찾는다.
중국 TV 기업들은 초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한국 추격에 속도를 낸다. 하이센스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를 탑재한 55·65인치 크기 OLED TV를 선보인다. TCL은 QD-미니LED TV 신규 라인업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초대형 제품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며 삼성전자, LG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금액 기준 28.8%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2%에서 2.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16.2%에서 16.6%로 0.4%포인트 상승했지만, 2021년 상반기 19.0%에서 이듬해 상반기 17.4%로 떨어진 뒤 16%대에 머무르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TCL은 2020년 상반기 7.4%에서 올해 같은 기간 12.1%로, 하이센스는 6.0%에서 10.0%까지 영향력을 키웠다.
| 유럽 프리미엄 가전 기업 밀레의 마르쿠스 밀레 회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4 개막에 앞서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밀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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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현지 프리미엄 가전 기업들의 안방 사수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밀레는 마르쿠스 밀레 회장이 IFA 2024 프레스 콘퍼런스에 직접 나와 신제품을 선보였다. 밀레는 진공청소기와 세탁기, 의류건조기의 새로운 시리즈를 소개했다. 아울러 오븐 내부 카메라가 음식 사진을 찍으면 AI가 레시피를 식별해 요리 과정을 자동 처리하는 기술력을 뽐냈다.
AI PC 시장을 겨냥해 반도체 기업들도 대거 올해 IFA를 찾는다. 인텔은 차세대 AI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시리즈2(코드명 루나레이크)를 소개한다. 주요 PC 제조사들은 루나레이크를 탑재한 신제품을 부스에 전시한다.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퀄컴은 ‘스냅드래곤 X’ 칩을 앞세워 AI PC 기술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