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060000)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대해 주주들의 일차적인 지지를 확인했지만 차질없는 지주사 출범을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KB금융지주가 오는 9월 말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85%이상의 주주들에게 중장기 가치에 대한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인수합병(M&A)에 총력을 기울여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 주주 지지 48% 확인…사전 서면통지 결과 공개안해
25일 국민은행은 임시주총에서 지주사 전환에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일차적 요건을 충족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식 수는 1억 8111만5196주, 전체 주식 수의 53.8%다. 이중 참석 주식 수의 89.3%인 1억 6166만7030주, 즉 전체 주식 수의 48.06%가 지주사 주식 이전에 찬성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그렇지만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표가 전체 지분의 46.2%에 달해 주식매수청구 마지노선 15%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주주들의 사전 찬반 서면통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예상보다 반대표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전 반대 비율을 공개할 경우 주주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
주식매수청구는 주총 전에 주식 이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고, 실제 주총에서 반대 또는 기권한 주주들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 찬성이 확정된 48%를 제외한 52% 중에서 사전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주주들이 어느 정도 주식매수를 청구할지에 따라 KB금융지주의 출범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기대반-불안반"…주가부양 정책 효과 단기적
우선 국민은행은 다음 달 말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단기 차익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는 7%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민은행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주식매수청구 물량이 15%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영기 회장 내정자 역시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황 내정자는 이날 주총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가장 문제"라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차익 실현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가 행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주가 부양 노력은 전체적인 하락장 속에 단기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주 부터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경영진들도 주식을 매입하고 있지만 주가 6만원 사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행 주가는 이날 5만7000원대를 기록, 주식매수청구가격인 6만3293원과 6000원 가량 괴리가 벌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예정분 중 아직 절반도 투입하지 않았다"라며 "사전에 주주들의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 지주사 중장기 가치 제시 `관건`…"M&A로 성장동력 확보"
결국 국민은행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를 막기 위해서는 KB금융지주에 대한 중장기 가치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의 비전을 `아시아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결정하고 2012~2013년 아시아 10위, 세계 50위의 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황 내정자는 "은행과 비은행을 가리지 않고 M&A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업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KB금융지주가 중장기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은행 부문 강화가 불가피하다. 저축은행과 보험업 진출, 또 추가적 증권사 인수 등이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의지를 내보였던 외환은행(004940) 인수가 불투명하고 강 행장도 올 하반기에는 의미있는 국내외 M&A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주사 전환에 3~4조원의 비용이 든다면 국민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대규모 M&A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황 내정자의 말대로 빠른 시일 내에 M&A를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본력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갖게 될 KB금융지주 주식 1860만주(5.2%)와 주가 방어를 위해 장내 매입할 1680만주(5%) 등 10%에 대해 전략적,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방침이다.
자사주 중 일부는 우리사주를 통해 직원들에게 유무상으로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전환주, 상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증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관련기사 ◀
☞황영기 "은행·비은행 가리지 않고 M&A"(상보)
☞국민銀 지주사 전환 첫 관문 통과(종합)
☞강정원 행장 "비은행부문 획기적 도약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