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ocus] 여행, 자유 그리고 힐링

  • 등록 2013-07-29 오후 1:39:47

    수정 2013-07-29 오후 1:39:47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너도나도 일상에서 탈출해 산과 바다로 떠나고 있다. 푸른 하늘 흰구름에 태양이 작열해도 좋고 비가 와도 상관없다. 떠날 수만 있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그냥 훌쩍 떠나라. 스마트폰도 잠시 꺼두고 일정도 다 잊고 모든 일상을 내려 놓고 가자. 산골 계곡에 앉아 바람에 이는 숲을 보고 전설을 얘기하고 흐르는 강을, 망망대해 바다를 보고 무념무상 ‘멍’ 때려보자. 이게 곧 자유요 힐링이다.

휴가는 열심히 일한 당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상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가족을 위해, 연인을 위해 회사와 국가를 위해 일했던 당신이 쉼표를 찍고 달려 왔던 길을 뒤돌아보고 다시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태양이 내려쬐는 파라솔 아래에서 에메랄드 빛 해변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시고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은 휴가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를 위해 무조건 비행기에 탑승하기도 하고, 유명 관광지나 해변·강·산을 찾아 도시생활서 지친 심신을 위로 받으러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속상하고 피곤감이 더했고 경제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휴가도 속전속결 속도전이었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이 보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전문 용어로 HRMMS 증후군이라 한다. HRMMS는 ‘Hotel-Restaurant-Monument-Museum-Shop Syndrome’의 약자. 글자 그대로 여행을 가서 ‘호텔, 식당, 기념물, 박물관, 상점’에만 돌아다니는 행태를 슬쩍 비틀어서 만든 말이다.관광이 여행의 전부는 아닐것인데도 말이다. 부끄럽지만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이야기다.

최근에는 휴가의 의미도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한 번 제대로 쓰고 즐기는 단순한 휴식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삶의 재충전’이다. 지친 몸과 정신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바로 휴가인 것이다.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n)의 의미인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그 하나면 충분하다. 굳이 비행기를 타거나 해외로 떠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자연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가서 감자·옥수수 등 가장 소박한 음식을 먹으며 일몰을 보고 동네 시골길을 걸어보고 숲길을 거닐며 산책해 보는 것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어떻게 쓰느냐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베스트셀러 여행안내서 ‘론리 플래닛’의 저자인 토니 휠러가 “여행은 길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다만 왜 떠나는지 생각하고 떠났으면 한다”고 지적했듯이 휴가와 여행의 의미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는 있다. 봉사휴가는 또 어떠한가. 불우이웃도 돕고 자신을 발견하는 성찰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도랑 치고 가재 잡고다. 교회·성당·사찰을 찾아 같이 땀을 흘리고 사색하며 공동체를 체험하는 것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역시 여유로운 휴가를 다녀오라고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좀더 길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름모를 산사의 템플스테이를 찾거나 길 위에서 사색을 즐기며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거나, 타국의 아름다운 정취 속에서 한 해 동안 수고한 당신을 위해 아주 조금의 사치를 누려보는 것도 괜찮다는 거다. 그러다 보면 뼛속까지 자유가 찾아와 머리아픈 세상 일들은 단순해지고 삶은 더 담백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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