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켜달라 했는데··기관들이 IT주 내팽개치는 이유

이익하향 불가피 감안 차익실현 나서
당분간 투자심리 훼손 불가피
지난주 폭락장세는 재현되지 않을 것
  • 등록 2011-08-18 오후 2:56:31

    수정 2011-08-18 오후 2:56:31

[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코스피 지수가 한 때 185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제서야 공포에서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IT주 폭탄`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급락장에서 묵묵히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방어하던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IT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도 공세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가 한 때 6% 이상, 하이닉스(000660)가 11%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지수에 대한 기여도가 큰 IT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맥없이 주저앉았다.

◇악재투성이 IT주..기관은 차익실현

어느새 IT주는 증시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은 D램 가격이 IT주 머리위로 먹구름을 끌어오더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은 국내 IT산업에 대한 경쟁력 약화 우려로 연결됐다.

간밤에는 델 컴퓨터가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연간 전망도 크게 낮췄다.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국내 IT주의 이익전망 하향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 이날 IT주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매도세가 출회됐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특히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전일 증시가 장중 1900선을 넘어서자, 지금을 차익실현 타이밍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바닥에서 낙폭의 50%를 만회한 수준인 1900선에 도달하면 차익실현에 나서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수익률을 관리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당장 모멘텀이 없는 IT주부터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과는 달리 기관은 수익을 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모멘텀이 없는 IT주에 대해 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시장을 방어하는 기관이 앞장서서 매도에 나서고 있으니 당분간 투자심리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T주, 주가 빠졌지만 싸지 않다

IT주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주가가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기업들의 이익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고, 이익 하향 조정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많이 빠졌어도 결코 싸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1900선 안팎일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9.3배 수준이지만, 이익이 10% 혹은 15% 하향조정된다면 PER은 10배 중반으로 상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 시점에서 2100 수준의 주가 수준으로, 결코 싸지 않은 주가라는 것.

그는 "투자자들이 경기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 투자자들 역시 이를 우려하기 시작했다면 IT주 뿐만이 아니라 경기 민감주 전체에 대한 우려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락장세 재현되나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을 보며 또다시 지난주의 폭락장세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증권가는 지난주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현 시점에서의 낙폭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병연 애널리스트는 "지난주는 글로벌 경기 전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이 원인이었다면, 이날은 IT주의 문제이고,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며 "현 시점의 낙폭은 과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형렬 팀장 역시 "기업이익 하향 조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1800선은 타당한 주가 수준"이라며 "다만 1900선을 넘어서면 또다시 이익 모멘텀 훼손에 대한 우려가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1800~1900선 사이에서의 기간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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