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혼질’ “올레에 비할소냐”…풍광 벗하며 느긋한 ‘속살’ 체험

현재 32개 조성된 제주도 ‘마음의 길’
병풍처럼 둘러싼 안덕계곡 풍광 압권
겨울에 온수 솟아나는 도고샘도 절경
서우봉 일출도 성산일출봉 버금가는 장관
  • 등록 2009-11-11 오후 4:17:00

    수정 2009-11-11 오후 4:17:00

▲ 쪽빛바다와 은빛억새 어우러진 여덟질 ‘혼질’은 제주도민의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마음의 길’. 주변 풍광이 수려한 것은 물론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스토리텔링투어에 나서볼 만하다. 사진 왼쪽부터 안덕계곡 대나무숲, 함덕해수욕장과 서우봉, 서우봉에서 바라본 일출.

[경향닷컴 제공] ‘한질, 두질, 세질….’ 이를 통틀어 ‘혼질’이라 부른다. ‘질’은 ‘길’의 제주도 사투리. 인간의 내면 세계를 이어주는 ‘마음의 길’이다. 현재 제주도 내에 조성된 혼질은 모두 32개. 이중 한질과 여덟질, 열질은 계곡과 바다, 오름을 끼고 있어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길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몸을 낮춰 관심을 갖고 보면 제주의 숨은 속살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육지가 단풍으로 몸살을 앓는 이즈음 제주도는 억새가 장관이다. 눈길 주는 곳마다 한 줌 가을바람에 넘실대는 은빛물결이 가을정취를 넉넉하게 해준다.

혼질의 첫번째 길인 ‘한질’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안덕계곡이 출발점. 이곳 상록수림은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가 높고 풍광이 아름답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기암절벽이 압권. 조면암으로 형성된 절벽은 마치 병풍을 둘러친 모양새다. 그 아래 평평한 암반 위로 사철 마르지 않는 담수가 제주도에서는 유일하게 바다 쪽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흐른다. 계류가 모습을 감춘 입구에는 암반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착시현상을 볼 수 있다.

계곡 숲에는 조록나무, 가시나무, 말오름나무, 남오미자, 바람등칡, 백량금 등은 물론 희귀식물인 담팔수와 상사화 등 300여종의 식물이 원시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100여m쯤 들어가자 왼편 ‘바위 그늘집터’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탐라시대 때 사용했던 제주도의 옛 야외주거지다. ‘적갈색토기’와 곡물을 빻는 데 사용됐던 ‘공이돌’이 이곳에서 출토됐다. 바로 옆 거대한 바위에 몸을 섞어 생명을 이어가는 폭나무가 이채롭다.

계곡 끝에 이르면 숲길이다. 최근 나무데크로 산책로를 조성한 이 길은 제주도 내에서는 유일한 대나무숲을 거쳐 간다. 산책로가 끝나면 포장도로와 흙길을 번갈아 타고 예래동 연리를 거쳐 대평리까지 이어진다.

▲ 원시자연 그대로 한질

원시자연을 벗 삼아 가는 길에는 남반내, 도고샘, 군산오름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남반내는 고려 때 송나라, 당나라, 몽고를 대상으로 입국허가를 받았던 곳. 당시에 사용했던 군마훈련소와 ‘말을 이동시킨다’는 공말케(공마로·貢馬路)가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제2의 안덕계곡’으로 불리는 도고샘도 절경이다. 계곡에서 생수가 용출되는 곳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고샘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생수가 솟아난다. 자연에 묻혀 호젓한 이 길은 걷는 내내 지나온 삶을 반추하기에 더없이 좋다.

‘여덟질’과 ‘열질’은 조천읍에 자리한 대명리조트를 중심으로 동서로 갈린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쪽 신흥리로 이어지는 ‘여덟질’은 줄곧 해안도로를 끼고 간다. 쪽빛 바다와 은빛 억새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출발점은 신흥리 앞바다와 마주한 연북정(戀北亭). 1500년대 조천관, 쌍벽정을 거쳐 연북정이란 이름을 얻은 제주도의 옛 관문이다. 연북정은 과거 제주도로 유배된 사람들이 한양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정자를 한양 방향으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 북촌리 등명대

바로 앞에는 기원전 3세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불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는 금당포터다. 정자를 둘러친 성벽은 고려 때 축조됐다. 제주도 현무암을 사용한 성벽은 제주의 거센 바람에 맞서기 위해 비스듬히 굴곡지게 쌓았다. 오랜 세월 풍화로 깎이고 패었지만 원형을 잘 지니고 있다.

연북정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는 걸어서 1시간30분 거리. 이 길은 연대, 원담, 해녀불턱, 방사탑, 관곶, 할망당, 환해장성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유적을 줄줄이 꿰차고 있다.

마을출신 유명인의 비석을 모아놓은 비석거리를 조금 지나 만나는 원담은 그 옛날 맨손으로 고기를 잡았던 고기잡이터다.

또 물질 나간 해녀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불을 쬐던 해녀불턱,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 올린 방사탑, 제주도에서 육지에 가장 가까운 관곶, 유일하게 남자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는 할망당,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축조된 환해장성 등 길 위에서 만나는 제주의 문화와 역사가 흥미롭다.

▲ 역사현장 고스란히 열질

함덕해수욕장 우측 서우봉에서 출발하는 ‘열질’은 해안선을 따라 북촌마을까지 간다. 111m 높이 서우봉은 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솟아오른 오름이다. 바다를 향해 줄기를 뻗은 오름은 2개 봉우리를 얹고 있다. 북쪽 봉우리는 ‘망오름’, 남쪽 봉우리는 ‘남서모’라 부른다.

서우봉 진입로 초입에는 조선시대 때 기와를 굽던 와요지가 있다. 속칭 ‘와막밧’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현무암과 진흙으로 빚어 만든 가마가 남아 있지만 훼손이 심해 온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이즈음 정상으로 가는 비탈길에는 볼래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열매를 따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툭 터진다. 쪽빛 바다의 이국적 풍광은 물론 북촌리의 아기자기한 해안가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성산 일출봉에 버금가는 일출도 장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자살공격을 감행하기 위해 만든 진지동굴도 볼거리다. 송악산과 수월봉, 삼매봉, 일출봉에 만들어진 것과 같은 동굴은 총 23기. 이중 19기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옛 것 그대로다.

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은 제주의 아픈 과거사를 품은 ‘4.3기념관’을 비롯해 ‘환해장성’, 신년제와 영등굿, 백중제를 지내는 ‘본향기릿당’, 옛 등대인 ‘등명대’, 선사시대 유적지인 ‘고두기언덕’을 거쳐 가 아이들의 역사체험을 겸할 수 있다.

북촌리 끝 지점에 이르면 다려도가 코앞이다. 3개의 섬이 한 몸을 이룬 다려도는 작은 정자 하나와 등대가 전부인 무인도. 물개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달서도(獺嶼島)’라고도 부르는 섬은 겨울철 원앙의 서식지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외로운 섬’이지만 제주도의 숨겨진 일출·일몰 명소다.

- 귀띔 -

▲주변 볼거리:안덕계곡 인근에는 중문단지를 비롯해 대평리 올레길, 용머리해안, 건강과성박물관, 여미지식물원, 천제연폭포, 제주조각공원 등이 있고 대명리조트가 위치한 조천읍에는 제주아트랜드,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장, 돌하르방공원, 불탑사 오층석탑, 만장굴, 김녕사굴, 용천굴, 비자림, 산굼부리 등이 있다.

▲ 말고기 초밥

맛집:‘제주본섬’(064-742-0700)은 흑돼지전문점. 육질이 쫄깃하고 특유의 냄새가 덜한 흑돼지를 숯불에 구워 멸치젓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원조 바스메식당’(064-787-0399)은 말고기요리 전문점이다. 토종 제주산을 사용해 육사시미, 육회, 구이, 간 등 말고기 본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메밀수제비를 곁들여 먹는 샤브샤브가 별미. 대명리조트 내에 자리한 일식전문점 ‘이어도’(064-780-5056)는 호텔 출신 주방장의 손맛이 담긴 싱싱한 활어회와 전복회, 향토음식 등을 맛깔 나게 즐길 수 있다.

▲ 전복회

숙박:대명리조트(1588-4888), 귤림성(064-739-3331), 제주B&B펜션(064-792-5670), 통나무하멜빌(064-792-4479) 등

여행상품:풍치이벤트투어(080-749-6886)에서는 ‘생태관광’ ‘혼질투어’ ‘역사기행’ 등을 묶은 2박3일 일정의 ‘제주알짜여행’ 상품을 운영한다.

■ 자전거·조깅·산책코스 대명리조트 제주서 개발

대명리조트 제주에서는 신흥리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 자전거 및 조깅코스를, 함덕해수욕장에서 서우봉을 거쳐 북촌마을까지는 산책코스를 개발해 이달 중 운영할 예정이다.


5㎞ 거리의 함덕해수욕장~신흥 코스는 오르막이나 내리막 없이 평탄하게 이어져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에 부담이 없고 해안선을 끼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소요시간은 자전거 왕복 1시간, 조깅은 왕복 2시간 걸린다.

7㎞ 거리의 함덕해수욕장~서우봉~북촌마을 코스는 바다와 오름, 해안선을 모두 조망할 수 있고 중간 중간 고망낚시나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대명리조트 제주에서는 또 렌터카와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제주 혼디모앙 패키지’(26만원, 064-780-5023)를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 주중 및 잔여객실에 한해 이용 가능한 패키지는 렌터카(48시간)와 패밀리룸(2박), 2인 조식(2회), 사우나(2인) 등으로 구성됐고 객실 타입을 변경할 수 있다. 이외에 감귤시즌을 맞아 숙박고객을 대상으로 제주감귤 체험이벤트를 진행한다. 1588-4888


▶ 관련기사 ◀
☞천혜의 자연, 구기자·고추의 고장 ‘칠갑산의 무대’ 충남 청양
☞몽촌토성 산책길 가을이불 덮었네
☞강촌엔 첫사랑 말고 낙엽이 지천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