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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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내년부터 공항에서 테슬라 차량을 렌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렌터카 업체 허츠가 테슬라 전기차 10만대를 한꺼번에 주문하면서다. 이 소식에 테슬라 주가는 1000달러를 넘으며 ‘천슬라’를 달성한데다 시가총액도 1조달러(1167조1000억원)를 넘겼다. 3년 전 미 상장기업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며 빅테크 시대를 연 애플처럼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허츠가 내년 말까지 차량 10만대를 주문하며 4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허츠의 새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포드차 CEO 출신인 마크 필즈는 “전기차는 이제 주류”라며 “테슬라는 전기차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제조업체”라고 설명했다.
|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공항에 있는 렌터카 업체 허츠에서 지난 25일 사람들이 차를 빌리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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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로 미국 공항들과 주요 거점, 유럽 일부 도시에서 테슬라 모델3 세단 전기차를 렌트할 수 있게 된다. 허츠로부터 사상 최대 주문을 받은 테슬라가 전기차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허츠의 10만대 주문은 테슬라 생산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총 생산량인 50만대의 20%가량을 한꺼번에 주문하면서다.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도 “테슬라와의 거래는 전기차 상용화에 좋은 일”이라며 허츠와의 거래를 반겼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신차 생산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차량 10만대 주문을 접수한 건 그간 고전했던 생산 문제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테슬라 생산량이 작년 50만대에서 올해 90만대, 내년 1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콕스오토모티브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조나단 스모크는 “테슬라 측에서 이번 주문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건 큰 메시지”라며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이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렌터카 업체와의 거래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전에 구매를 생각해본 적 없는 브랜드를 고객에게 노출시키는 데 렌터카 사업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렌터카 주차장에 너무 많이 등장하는 모델에는 ‘인기가 없어 렌터카에 덤핑으로 떠넘긴 것 아니냐’는 오명이 붙을 수 있다. 이 경우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업체들은 이런 차량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해 업체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