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 SK텔레콤(017670) 사장이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잘못에 대해 고백했다. 보조금 중심의 번호이동에 파묻혀 새로운 서비스 가치 사슬을 만들거나 경쟁력 있는 업체와 제휴도 피상적으로 해 왔다고 반성했다. 망 개방 대신에 통신사 중심의 월드가든을 고집해 온 피처폰 시장의 경험도 미국계 인터넷 기업들의 공습에 무방비로 노출된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는 ‘SK텔레콤과 함께 하는 행복 동행’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로 이뤄졌는데, 하 사장은 ‘절박한 심정’이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진정성을 호소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경계가 무너지고 개별기업의 역량이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과 생태계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망을 깔고 요금을 받는다’는 과거 개념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얘기다.
|
하 사장은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의 선택’이라는 책을 썼는데, 이처럼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재작년 10월부터 구성원 4000명이 전부 참여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사업방향을 고민했고,이게 ‘비전 2020’으로 모아져 ‘행복 동행’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비전 2020은 2020년에 SK텔레콤의 기업가치를 100조 원으로 만들고, 글로벌 100위 기업에 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행복 동행은 고객가치를 극대화해서 더 많은 고객으로부터 선택받는다는 ‘행복’과 협력사 등에 대한 동반성장과 창업 활성화의 기반구축을 돕는 ‘동행’으로 요약된다.
하 사장은 “동행을 열심히 하다 보면 SK텔레콤을 포함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사업기회가 생길 수 있고, 신산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K텔레콤은 45세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데 올해 300억 정도 쓰기로 했다.‘행복창업지원센터’를 만들어 올해 10~20개 팀 정도를 지원할 계획. 하 사장은 “여태까지도 창업지원 많았는데, 일회성 경비 지원이 교육 정도였다”면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20년, 30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ICT 역량을 엮어 창업의 성공스토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복창업지원센터’의 특징은 창업하려는 사람이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3D 프린터가 있는 전용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화 추진 시 티스토어나 11번가, SK텔레콤의 대리점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T오픈랩 50억 원, 개발자센터 및 시제품 지원 40억 원, 창업지원펀드 60억 원, 협력사 동반성장 펀드 160억 원 등이다.
SK텔레콤은 또 자사가 보유한 콜 통화량 등 방대한 량의 빅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해 벤처인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빅데이터 개방의 경우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사업모델과 겹치지는 않을까. SK플래닛은 재작년 SK텔레콤의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해 벤처처럼 창의적인 사업기회를 만들기 위해 분사됐다.
▶ 관련기사 ◀
☞ [일문일답]창업지원 SKT "기술탈취? 어떤 세상인데요"
☞ 하성민 SKT 사장 "인터넷 4대 천황 없는 건 우리 잘못"
☞ SKT, ICT융합사업에 3년간 1조2천억 푼다
☞ SKT, 스마트폰 종합 안심 서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