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원장 입만 바라보는 개미투자자들

발언 따라 주가 일희일비
안철수연구소, 밸류에이션 판단 불가능 상태
  • 등록 2012-04-16 오후 3:57:23

    수정 2012-04-16 오후 3:57:23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총선이 끝나고 대선정국이 시작되자 증시에서 개미들은 유력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에 따라 관련주 주가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16일 안철수연구소(053800)는 전 거래일보다 14.98% 오른 12만8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잘만테크(090120) 오늘과내일(046110) 우성사료(006980) 솔고바이오(043100) 등 안철수 관련주로 묶여 있던 상장사는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 언론이 안철수 원장이 4·11 국회의원 선거 직전 야권의 한 중진을 만나 대선 출마 결심을 밝혔다고 보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안철수 관련주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국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초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 행사가 끝난 직후 "국회의원과 달리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게 많다"며 출마 검토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8월말 3만원대 후반에 머물던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 직전 10만원까지 치솟았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고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대표를 지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이 대권 행보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두달 가까이 오른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고 급락했다. 안철수연구소 실적을 비롯해 펀더멘텉 측면에서 전혀 변한 것이 없는 가운데 주가가 10만원으로 올라서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쏟아진 탓이었다.

급락하던 주가는 안 원장의 재산 기부 소식을 전후해 다시 반등했다.

지난해 11월14일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주식 지분 37.1%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 발표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근혜 위원장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전고점 10만원을 뚫고 16만7200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중간 중간 안 원장의 발언으로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일 안 원장이 "학교 일과 재단을 설립하는 일만 해도 바쁘다"며 "다른 일에 한눈을 팔 여력이 없다"고 말했을 당시, 주가는 12만4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가 9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급등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정치 테마주 과열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을 우려한 감독 당국이 나섰고 주가는 뒷걸음질 쳤다. 아울러 안 원장이 재단에 기부하기 위해 86만주를 장내에서 매각하면서 주가는 한때 7만원 선까지 주저 앉았다.

이후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는 듯 했다. 하지만 안 원장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직접 밝히면서 다시 살아났다.

안 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대 총학생회가 주최한 `소통과 공감` 행사에 참석,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로 쓰일 수만 있다면 설령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는 나흘 만에 55.5% 급등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국회의원 선거 직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선거에서 야당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안 원장이 대안으로 주목받은 덕분이다.

이처럼 안 원장의 행보에 따라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결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안 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와관련 증시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너무 큰 투자라며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안 원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라며 "이미 밸류에이션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앞으로 주가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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