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안면도 신두리 사구를 찾아갔다.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신두리는 국내 최대 사구(모래언덕)로 약 1만5000년 동안 만들어졌다. 천연기념물 431호다. 사구의 길이는 3.4㎞에 폭은 0.5~1.3㎞ 안팎이다. 2000년대 초반 신두리를 찾았을 때는 온통 모래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풀밭으로 변했다. 사구에 올라섰더니 뒤편엔 아카시아 나무가 숲을 이뤘다. 정부가 훼손돼가고 있는 사구의 모습을 복원하고 생태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사구가 왜 이리 변했을까?
겨울이면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모래가 날려 와 쌓여 거대한 모래언덕을 이뤘다. 여름에는 반대로 뭍에서 바다로 바람이 분다. 하지만 모래사장 뒤편에 산이 버티고 있어 바다로 날아가는 양은 많지 않다. 이렇게 해가 갈수록 모래가 쌓여서 사구가 만들어졌다. 길이는 3.5㎞, 폭은 500m~1.3㎞다. 그런데 풀밭으로 변한 이유는? 환경학자와 주민들은 바닷가에 지은 펜션을 의심했다. 펜션이 들어서면서 모래바람을 막다 보니 모래가 예전처럼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래사장에 옹벽을 쌓고 집을 지으니 신두리 백사장도 모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충남도 관광과장 시절 안면도 꽃박람회를 열었던 신화용씨는 “그 모래 많던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도 바닷가에 옹벽을 쌓고 난 뒤 모래가 줄어 모래를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향인근 충남 비인 해수욕장은 옹벽으로 인해 아예 해수욕장이 망가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번영회장 전광호씨의 항변도 들어보자.
“해안가 백사장은 사유지인데, 여기에 집을 안짓고 내버려뒀더니 모래가 쌓여 땅 자체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땅주인이라면 자신의 땅이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모래사장에서 한발자국 물러서서 지으면 좋긴 한데 어쩔 수 없게 됐어요.”
태안군청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건축물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틴 적이 있다. 한 주민이 사유재산 침해라며 소송을 했고, 대법원까지 갔다. 주민이 이겼다. 이후 펜션 건축을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현재 펜션단지와 보호지역으로 경계가 확실히 나뉘어 있다. 과거 주민들은 흔하디 흔한 모래밭에 신경을 안썼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구가 중요하고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두리 3구 새마을지도자 권오수씨는 “모래밭으로 다시 복원하기 위해 주민들을 동원, 사구 안에 있는 아카시아 나무를 캐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여기다 소도 풀었어요. 소를 풀면 소들이 풀씨가 자라는 족족 먹어버려서 모래밭을 유지할 수 있었죠. 아카시아 나무는 동네 이웃이 두어그루 심은 모양인데 지금은 숲이 될 정도로 급속하게 번져가고 있어요. 저걸 빨리 뽑아내야 하는데….”
|
사실 신두리 농민들은 모래 때문에 살기 힘들었다. 땅값도 쌌다. 권씨는 “1970년대 초에 한쪽에 추를 걸고 한쪽에 저울을 달아 재는 대칭저울 하나와 땅을 맞바꾼 사람도 있다”고 했다. 요즘은 바닷가 땅은 평당 400만원 정도, 바닷가 아닌 곳은 150만원 정도란다. 어쨌든 80년대 중반 정부에 호소,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을 세웠다. 당시 일당 8500원에 마을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소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주민들이 지을 수 있는 농사는 주로 콩, 땅콩, 녹두, 돈부 등 콩과식물이다. 모래밭에서 잘 자라고 번식력도 좋다. 아카시아도 콩과식물이어서 이렇게 빨리 모래밭을 덮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구가 망가지기 시작하자 마을주민들은 최근 소를 다시 방목하기로 했다. 쇠똥구리 복원사업인데 이곳에서 20두 정도의 소를 풀어서 쇠똥구리도 다시 살려내고 사구가 더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아서 관광객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
사구에 들어가봤다. 자동차 통행만 금지되고 사람들은 둘러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장지뱀(도마뱀의 일종)도 만났고, 멸종위기 식물이라는 초종용도 보였다. 개미귀신이 파놓은 구멍도 있다. 개미가 빠지면 미끄러워 못나오는데 바로 잠자리 유충인 개미귀신이 개미를 잡아먹는다. 개미귀신을 주민들은 쏙쑤리라고 부른다. 향기가 좋아 목욕재로 썼던 순비기, 한약재로 유명한 갯방풍 외에 해당화, 갯메꽃도 보였다. 고라니도 많이 서식해서 풀밭을 뛰어다녔고, 풀숲에선 오리가 알을 낳은 둥지도 보였다. 너구리가 땅을 팠던 흔적도 있다.
주민들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운석이 떨어졌다는 모래밭 뒤 저 언덕은 빌똥재(별똥재)인디 저그도 정상에 모래가 천지고, 저 앞에 모래밭은 편편해서 한국전쟁때 헬기가 앉았는데 비행기장이라고 부르고….” “한여름엔 발이 너무 뜨거워서 모래밭을 뛰다가 모랫속에 발을 담그면 조금 시원했거든요….”
|
▲ 여행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빠져나와 태안으로 들어간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학암포 방면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신두리 이정표가 있다.
*신두리 사구에서 처음으로 환경축제 ‘신두리 샌드에코페스티벌’(041-670-2143)을 연다. 신두리 사구 탐방프로그램을 만들고 샌드 슬라이딩 체험도 한다. 호주나 두바이의 사구에서 하는 모래썰매프로그램이다. 사구 주변에 텐트를 치고 직접 환경체험을 해본다.
*태안군 등기소 길 건너편에 있는 토담집(041-674-4561)이 유명하다. 꽃게장백반과 우럭젓국 두 가지만 한다. 우럭젓국은 말린 우럭에 젓갈을 넣어 끓인 탕으로 마치 북엇국처럼 보인다. 꽃게장은 1인 2만1000원, 우럭젓국은 1인 9000원. 신두리 바다풍경(041-675-1602)은 된장찌개를 잘한다. 6000원.
*신두리와 태안읍은 차로 20~30분 거리다. 신두리에 펜션이 많다. 바다여행(041-675-1366), 하늘과바다사이 리조트(041-675-2111), 바다바라기(041-675-6646), 서해민박(041-675-4404), 자작나무(041-675-9995), 펜션샌드힐(041-675-3102), 해변의 집(041-675-8274), 바다보금자리(011-9973-3674), 가나안의 집(041-675-1671) 등 펜션이 몰려있다.
*이원방조제에는 세계 최대의 손벽화가 있다. 태안기름유출 사고 후 봉사자들이 찍은 손도장이며 지금도 손도장을 찍을 수 있다.
*태안 마애삼존불이 가깝다. 6세기에 새긴 마애불은 석굴암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 관련기사 ◀
☞(투어팁)`코레일 트위터` 참여해 독일 여행 떠나자
☞"물이 만든 아름다운 정원, 남원요천권역을 아시나요?"
☞상흔에 담긴 평화의 갈망… 한국전쟁 기념 여행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