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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서도 관광객과 고소득층의 소비에 힘입어 수익성 강화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수퍼와 드럭스토어 등 저가형 소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간 온도차는 매출을 통해서 확인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소매 판매 수치에 따르면 5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한 반면 드럭스토어는 6.8%, 슈퍼마켓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효과에 힘입어 씀씀이가 커진 덕분이다. 일본 내 고액 자산가들의 소비가 급증한 것도 외형 성장세의 또 다른 배경이다.
타카시마야 관계자는 “주식 시장 랠리가 시계, 보석, 미술품 등의 제품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가이쇼(초우량 고객 대상 퍼스널 쇼퍼)에 지출하는 평균 금액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드럭스토어 체인을 운영하는 마츠모토키요시는 1년 새 주가가 12% 이상 하락했고, 같은 기간 일본 1위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은 주가가 1.2% 오르는 데 그쳐 백화점 기업들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슈퍼 엔저 장기화로 수입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봄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확대하면서 소매업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이달 초 춘투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1년 5.66%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조합원 300미만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4.45%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본은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임금이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임금 인상 결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건 여름 이후로 실질임금 플러스 전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라모치 노부히코 미즈호 증권의 시장 전략가는 “아직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소비 부문의 약세를 보고 관련주를 매수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