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에 일본 소매업 양극화…백화점 날고 드럭·슈퍼마켓 기고

백화점 관련주 1년 새 55% 급등
토픽스지수 상승률 18% 큰 폭 웃돌아
외국인 관광 증가에 엔저로 씀씀이도 커져
고소득층, 인플레 상쇄 목적 실물 자산 보유도 증가
드럭·슈퍼 관련주는 부진…실질임금 마이너스 지속 우려
  • 등록 2024-07-29 오전 11:34:19

    수정 2024-07-29 오전 11:34:19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엔화 약세에 일본 유통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 관관광객들이 물밀듯 밀려드는 백화점들은 훨훨 날아다니는 반면 드럭스토어와 슈퍼 등은 성장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당분간 소비 양극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6월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모노 차림 여성이 양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일본 유통 업계에서 백화점과 슈퍼·드럭스토어 간 주가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화점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서도 관광객과 고소득층의 소비에 힘입어 수익성 강화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수퍼와 드럭스토어 등 저가형 소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간 온도차는 매출을 통해서 확인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소매 판매 수치에 따르면 5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한 반면 드럭스토어는 6.8%, 슈퍼마켓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이세탄 미츠코시 홀딩스, 타카시마야, 다이마루 마츠자카야백화점 등을 산하로 둔 J. 프론트 리테일링 등 유통업계 시가총액 상위 3사는 최근 1년간 주가가 평균 55%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도쿄증권거래소 1부시장지수인 토픽스지수가 18% 오른 것과 견줘 큰 폭으로 뛰었다.

인바운드(외국인 국내 관광)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 효과에 힘입어 씀씀이가 커진 덕분이다. 일본 내 고액 자산가들의 소비가 급증한 것도 외형 성장세의 또 다른 배경이다.

타카시마야 관계자는 “주식 시장 랠리가 시계, 보석, 미술품 등의 제품 판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가이쇼(초우량 고객 대상 퍼스널 쇼퍼)에 지출하는 평균 금액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드럭스토어 체인을 운영하는 마츠모토키요시는 1년 새 주가가 12% 이상 하락했고, 같은 기간 일본 1위 슈퍼마켓 체인 라이프코퍼레이션은 주가가 1.2% 오르는 데 그쳐 백화점 기업들과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슈퍼 엔저 장기화로 수입물가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오니시 코헤이 미쓰비시 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수석 투자 전략 연구원은 “소비가 양극화되고 있다”면서 “부유층은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기 위해 실물 자산을 보유하고자 하며, 이에 백화점은 이러한 고객을 위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올봄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확대하면서 소매업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이달 초 춘투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1년 5.66%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조합원 300미만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4.45%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본은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임금이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임금 인상 결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건 여름 이후로 실질임금 플러스 전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라모치 노부히코 미즈호 증권의 시장 전략가는 “아직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소비 부문의 약세를 보고 관련주를 매수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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