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씨에 산책객들이 붐빈 2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지난달 30일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가 실종됐다가 숨진 채로 엿새 만에 발견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김모(44·남)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에 운동하러 자주 지나다닌다는 그는 마음이 착잡한 듯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손씨의 비보를 들은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씨는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눈가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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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엿새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 손씨가 발견된 한강공원에는 주말에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하나같이 “안타깝다”며 멍하니 국화꽃이 놓인 벤치와 한강을 번갈아서 바라봤다. 손씨를 추모하러 찾아온 발걸음뿐만 아니라 산책을 하던 사람들도 국화꽃을 보고 멈춰서 고인을 기렸다.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는 박모(24)씨는 “나도 의대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힘들게 또 열심히 공부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의사가 됐으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박씨는 조용히 국화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서울의 한 의대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손정민씨는 지난 24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다 실종됐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50)씨가 아들을 찾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현수막을 설치하고 전단지 수백장을 붙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버지는 “정민아 살아만 있어줘”라고 호소를 하며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손씨의 아버지는 시신에서 귀 뒤쪽에 상처가 발견됐으니 사인을 밝혀달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 의뢰를 했다. 국과수는 1일 머리의 자상이 직접적인 사인의 원인이 아니라는 취지로 1차 구두 소견을 냈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 검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결과는 약 보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