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바에야 차라리'..자사주 매입 러시

10월 이후 자사주 매입 38개사..지난해 1.7배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사 줄이어
외부 현금 유출 방어용 해석도
무상증자도 증가세
  • 등록 2014-12-03 오전 11:24:26

    수정 2014-12-03 오전 11:24:26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4분기 들어 상장사들 사이에 자사주 매입 열풍이 불고 있다. 회사마다 주가 하락에 시달리는 한편으로 주주이익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사주가 결국은 기업 내부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배당과 세금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총 38개에 달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자사주 신탁까지 감안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상장사가 22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증가세가 확연하다. 규모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 크다.

지난해 이 기간 SKC&C(034730)(1762억5000만원 매입 결의 공시 기준)과 메리츠화재(132억8800만원) 두 곳 외에는 규모가 작았다. 전체 매입 규모도 2249억원에 그쳤다.

올해는 삼성전자(005930)가 7년만에 자사주 매입에 나서 2조2000억원 가까이를 사들이기로 했고,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도 각각 4490억원, 2209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등 대형 상장사가 많다.

두 곳 외에 삼성중공업(2886억원), 네이버(2650억원), 한화생명(1919억원), 삼성증권(1047억원) 등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배당 확대 압력에 시달려 왔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논란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이 높았다. 삼성중공업은 비롯 무산됐으나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성사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처럼 대형사들마다 사정은 다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주주이익환원으로 수렴된다. 기업들이 주주이익환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굳이 자사주 매입 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삐딱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배당확대 유도를 천명한 뒤로 안팎에서 배당 압력이 거세져 왔기 때문이다. 배당과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종 세트 법안이 전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또 정부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배당 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추진해 오던 배당주주권 부여를 전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배당은 기업 내부의 현금이 밖으로 나가지만 자사주 매입은 결국은 기업 내부에 유보되며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모로 쓸모가 있다. 일단 주가에 성 난 주주들을 달래는 한편으로 지주회사 전환시 사업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수월하게 해주며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에서는 우호지분으로 바꿀 수도 있다. 또 비상시에는 현금화해 운영자금으로 쓸 수도 있다.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익잉여금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가계소득 증대세제가 처음 나왔을 때 회피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배당을 대신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10월 이후 인천도시가스와 고려제강 등 12개 상장사가 무상증자를 결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개사에 그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부가 그토록 읍소했어도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며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는 배당에 따른 현금 외부 유출에 대응한 방어책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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