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세기의 담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이 소득없이 끝났다. 16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에도 1년 넘게 끌어온 특허 전쟁에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삼성과 애플은 잠시 전열을 가다듬고 7월부터 다시 법정 다툼을 벌인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특허전쟁이 더 늘어져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24일
삼성전자(005930)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두 회사의 CEO는 조지프 스페로 판사의 중재로 지난 21일 법률 고문들을 대동하고 만나 9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22일에도 다시 만나 7시간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팀 쿡 애플 CEO(좌)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
총 16시간이나 되는 마라톤 협상을 통해서도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시간이 길었던 만큼 상당부분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결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회동이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관측은 협상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협상 테이블 자체가 자발적으로 마련된 게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양 측은 협상을 앞두고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 부회장과 동행한 신종균 사장은 지난 20일 출국에 앞서 "교차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협상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 역시 협상 일정이 정해진 뒤 삼성의 갤럭시탭 10.1에 대한 미국내 판매금지를 요청하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진행될 본안 소송을 앞두고 법원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최고경영진 간의 협상 결렬로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7월 30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본안 소송이 진행된다. 미국에서의 소송전을 지켜보던 다른 나라 법원들도 소송을 속개할 가능성이 높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안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에 "법원의 공시에 추후 협상기일은 적시돼 있지 않다"면서 "단시일 내에 추가협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두 회사가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다양한 협상창구를 통해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두 회사가 특허 싸움을 진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해를 모색하는 전략을 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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