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삼성반도체 조립한 김씨 첫 산재 인정(종합)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삼성전자 근로자의 재생불량성빈혈이 산업재해(이하 산재)로 처음 인정받았다. 반도체공장의 근무 환경과 근로자들의 질환 발생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삼성전자(005930)의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판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과거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김모씨(37·여)의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빈혈’을 산재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93년부터 1999년까지 5년 5개월 간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근무했다. 재직 시 나타난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이 퇴사 이후 재생불량성빈혈로 진척되며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재생불량성빈혈의 80%가 후천적이고 특히 벤젠 등과 같은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같은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재 인정으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근로자들이 방사성 물질, 벤젠 등과 같은 화학 물질에 과다 노출돼 있어 암과 백혈병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근로자의 질환 발생과 반도체 공정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에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물질, 백혈병 유발 인자 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삼성은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 학술대회에서 미국의 인바이론(Environ)사가 발표했던 내용을 인용,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 방사선과 화학물질(벤젠 등) 노출량 등에 있어 기준 허용치에는 미달한다"면서도 "하지만 김 씨의 경우 반도체공장에서 다년간 근무한 데다, 다른 발병 요인을 찾을 수 없어 산재로 판정내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으로,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 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으로 생각된다"면서도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삼성 "근로복지공단 산재 판정, 겸허히 수용"(상보) ☞[마감]코스피, 2000선 안착 실패..`이벤트 부담?` ☞코스피, 2000선 다시 내줘..`외국인 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