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지주(053000) 계열 은행장 인선이 이들 은행의 주주총회를 2~3일 앞두고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부(청와대)의 인사 검증 결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게 우리금융측의 말 못할 속사정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스스로가 정해진 `룰`을 따르지 않아 은행장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우리금융 계열의 경남은행과 우리은행 광주은행의 주주총회가 각각 23일과 24일 예정돼 있어 이들 은행의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가 행장 후보자를 내정해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하루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행추위는 이날 오전까지도 차기 행장을 논의하기 위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늦어도 내일(22일)까지는 행추위를 열어야 한다"며 "오늘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회사 행추위가 지난 4일 행장 후보자를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시간에 쫓기면서 은행장 인사절차를 진행할 이유는 없었다. 행추위는 공모 마감 직후(7일) 서류전형을 통해 면접(인터뷰) 대상자를 확정해 정부측에 명단을 통보했다. 대주주인 정부의 사전 인사검증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준 것이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은행장 공모에 응한 후보자들이 대부분 우리금융 내부임원이거나 공직출신으로 인사검증 작업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장 면접대상자는 우리금융 윤상구 김정한 정현진 전무와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김희태 우리은행 중국법인장 등 우리금융 내부출신 5명이다.
행추위는 지난 14일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15일 우리은행 순으로 응모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면접 직후 행추위 회의에서 은행장 후보 내정자가 논의되는 수순이었다. 행추위원장인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15일 면접 직후 이데일리 기자와 만나 "시간이 별로 없으니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엿새가 지나도록 우리금융 행추위는 차후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이 회장과 정부간 인사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은행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갖가지 루머가 양산되고 있다. 내부의 파벌싸움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행장 인선 이후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은행장 유력후보로 공모서류까지 제출했던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이 이사회의 재선임을 이유로 지난 9일 은행장 공모를 철회하자 고려대 출신 은행장은 어렵다는 루모가 돌았다. 이 사장은 이 회장과 동문인 고려대 출신이다.
우리은행장 면접 직후(15일) 주요 언론사에는 우리은행 현직 지점장 발신의 괴문서성 `탄원서`도 접수됐다. 탄원서는 `한일은행 출신 회장(이팔성)과 은행장(이종휘)때문에 생긴 내부 문제점과 `한일은행 출신 유력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非)고려대 비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장 1순위 후보인 이순우 수석 부행장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 반대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정부 소유 은행의 특성상 행장 인선에 힘을 행사하려는 보이지 않는 정치권력들이 뒤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력간 싸움의 축소판`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행장 응모자들도 은행장 자질과 능력 검증보다 정부권력과 거리에 따라 행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할 정도다.
하지만 결국 우리금융의 책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금융은 은행장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전문가 2명, 우리금융 사외이사 2명, 은행 사외이사 1명, 대주주(예금보험공사) 1명,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7명으로 구성된 행추위를 구성해 은행장 공모 절차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행추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측 인사를 통해 은행장 인사에 공식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주총 의결권(57%)을 통해 은행장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금융 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도 행추위원장이라는 자격을 통해 1표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행추위라는 정해진 `틀` 보다 비선 라인을 통해 정부측 의사를 반영하려고 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해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은행장 면접 후 엿새동안 행추위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번 행장 인사를 보면 우리금융이 민영화되기 전까지 어떤식으로 공정한 룰을 만들어도 문제점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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