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위해 필요한 이것"…英 200년 상조회사가 인수한 스타트업 보니

[EU있는 경제]
영국 '디그니티', 웰다잉 스타트업 '페어윌' 인수
"임종 전 준비 과정부터 고객과 함께하기 위함"
기업가치 대비 낮은 인수가…"손실이 발목"
  • 등록 2024-10-18 오후 12:04:05

    수정 2024-10-21 오후 4:07:45

이 기사는 2024년10월18일 10시0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죽음을 꼭 갑작스럽게만 맞이해야 할까요?”

영국의 한 웰다잉(well-dying·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산업) 스타트업 대표가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원래 죽음이라는 것이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기는 하지만, 사는 동안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두거나 자산 정리, 보험 상품처럼 장례 플랜을 들어두는 식으로 미리 준비는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해당 회사는 혁신기술을 토대로 한 웰다잉 서비스로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한 때 1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200년 전통의 영국 상조회사에 매각된 영국의 웰다잉 스타트업 ‘페어윌’의 이야기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및 투자 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이뤄진 M&A지만, 자본시장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가 페어윌의 기업가치 대비 한참 낮아 ‘헐값 매각’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페어윌 홈페이지 갈무리)
18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영국 상조회사 ‘디그니티’는 웰다잉 서비스 스타트업 ‘페어윌’을 1290만파운드(약 23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디그니티는 규제 기관의 승인을 거쳐 연말 안으로 이번 거래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거래를 주도한 디그니티는 1812년 설립돼 영국 전역에 80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조회사로, 임종뿐 아니라 임종 전 준비 단계부터 관련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이번 M&A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글로벌 장례 서비스 시장이 10년 내 26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사이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디그니티가 품은 페어윌은 글로벌 웰다잉 산업의 선두 주자중 하나로, 디지털 유언장 작성과 자산·유품 정리, 선불 장례식 플랜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회사는 어그멘텀핀테크와 하일랜드유럽, 킨벤처파트너스, 킨드레드캐피탈 등의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약 1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자본시장에선 페어윌의 기업가치가 한때 1000억원을 넘겼던 만큼, 디그니티가 제시한 이번 인수가가 페어윌의 기존 기업가치 대비 한참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외신은 “지난 2월 기준 페어윌의 기업가치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으나, 이번 인수가는 이보다도 한참 낮은 수준”이라며 “운영상 수익을 내지 못함은 물론이고, 최근까지 손실을 낸 것이 화근이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페어윌은 디그니티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디그니티 측은 “이번 페어윌 인수는 전통 기업이 추가 성장을 위해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형적인 M&A 사례”라며 “디그니티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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