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죽음을 꼭 갑작스럽게만 맞이해야 할까요?”
영국의 한 웰다잉(well-dying·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산업) 스타트업 대표가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원래 죽음이라는 것이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기는 하지만, 사는 동안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해두거나 자산 정리, 보험 상품처럼 장례 플랜을 들어두는 식으로 미리 준비는 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해당 회사는 혁신기술을 토대로 한 웰다잉 서비스로 글로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한 때 1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200년 전통의 영국 상조회사에 매각된 영국의 웰다잉 스타트업 ‘페어윌’의 이야기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및 투자 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이뤄진 M&A지만, 자본시장과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가 페어윌의 기업가치 대비 한참 낮아 ‘헐값 매각’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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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를 주도한 디그니티는 1812년 설립돼 영국 전역에 80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조회사로, 임종뿐 아니라 임종 전 준비 단계부터 관련 서비스를 기획하기 위해 이번 M&A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글로벌 장례 서비스 시장이 10년 내 26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사이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디그니티가 품은 페어윌은 글로벌 웰다잉 산업의 선두 주자중 하나로, 디지털 유언장 작성과 자산·유품 정리, 선불 장례식 플랜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회사는 어그멘텀핀테크와 하일랜드유럽, 킨벤처파트너스, 킨드레드캐피탈 등의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약 1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한편 페어윌은 디그니티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디그니티 측은 “이번 페어윌 인수는 전통 기업이 추가 성장을 위해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형적인 M&A 사례”라며 “디그니티는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